[김형태기자] 이제 2경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서도 쉽게 보기 힘든 안정감을 자랑한다.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마무리. 이현승(33)이 올 시즌에도 '철벽 마무리'의 위용을 이어갈 태세다.
보우덴의 '10K쇼'로 주목받은 6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눈에 띈 또 한 명의 선수가 바로 이현승이다. 2-0으로 박빙의 리드를 안은 상황에서 그는 9회초 등판했다. 앞선 보우덴이 8이닝 동안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였기에 부담이 만만치 않았을 터. 보우덴이 잡아놓은 승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해야 의무감을 안고 그는 마운드에 올랐다.
NC 타선의 파괴력을 감안할 때 2점차는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 그러나 이현승은 침착했고 능글맞았다. 첫 타자 지석훈을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더니 후속 박민우마저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만에 역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마지막 타자 김종호는 볼카운트 1-2에서 2루수땅볼로 잡아내고 경기를 매조졌다.
2경기 연속 무실점이자 시즌 첫 세이브. 보우덴의 완벽투 못지 않게 인상적인 '게임 클로징'이었다. 이현승은 시즌 개막전인 지난 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9회말 등판해 4타자를 상대로 몸맞는 공 한 개만 내주고 무안타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구위와 안정감이 절정에 오른 느낌이다. 올 시즌에도 두산을 강력한 우승후보군으로 분류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의 존재에 있다. 지난 시즌을 거치면서 두산은 마무리 걱정을 완전히 덜어낼 수 있었다. 시즌 중반 마무리로 전향해 단숨에 리그 톱 클로저의 반열에 오른 이현승 덕분이다. 무려 10여년간 골머리를 썩힌 '뒷문'이 몰라보게 탄탄해진 것이다.
사실 지난해 봄캠프 당시 5선발 후보로 낙점한 이현승을 마무리로 기용한 건 고육지책이었다. 쓸만한 마무리 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경험과 안정감을 겸비한 이현승이 그나마 낫다는 판단에서 밀어붙인 게 최고의 '히트작'이 됐다. 김태형 감독의 승부수가 완벽히 먹혀들면서 두산은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하는 하나의 원동력이 됐다.
첫 2경기를 지켜본 결과 올 시즌에도 이현승의 질주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짧은 이닝 동안 전력투구가 가능해지면서 공의 구위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여기에 낙차 큰 변화구로 타이밍을 빼앗는 능력은 여전히 일품이다. 무엇보다 이현승은 '강심장'이란 타고난 마무리의 자질을 갖췄다. 본인은 "정말 부담되고 힘든 보직이다. 웬만하면 안 했으면 한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만 마운드에만 올라서면 그는 '승부사'로 변신한다. 마치 배리 본즈가 와도 삼진을 잡을 수 있다는 식의 두둑한 배짱은 그가 클로저로 승승장구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현승은 올 시즌을 마치면 '야구 선수의 꿈' FA 자격을 얻는다. 자연스럽게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자신을 위해서나 한국시리즈 2연패를 노리는 팀을 위해서나 무조건 잘 해야 하는 시즌이다. 이현승은 평소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믿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선수단의 신뢰를 사는 투구가 꾸준히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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