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2천600만원-1억원-2억원-4억원'. 최근 4년간 유희관(30, 두산 베어스)의 연봉 추이다. 2013년 최저연봉에서 이듬해 단숨에 1억원을 찍은 뒤 매년 2배씩 늘어났다. 그의 팀공헌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자료다.
무명의 기교파 투수에서 불과 3년만에 유희관은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왼손투수로 우뚝 섰다.
◆구속보다 빠른 스타 등극
최근 3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에 140이닝 이상 투구, 볼넷 52개 이하. 최근 2년 연속 두자릿수 탈삼진. 선발투수로 자리잡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평균 13승7패 평균자책점 3.98. 탈삼진 334개 볼넷 147개. 유희관이 '리그 최고의 왼손 투수 중 하나'라는 데 이견을 가질 수 없는 이유다. 특히 18승5패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한 지난해에는 시즌 후반까지 다승왕 레이스를 후끈 달구기도 했다.
유희관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는 '워크호스'다. 지난 2014년 국내 선수 중 최다이닝(177.1이닝) 1위(전체 4위)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토종 2위(189.2이닝, 전체 6위)에 올랐다. 2년간 자신의 선발등판 순번을 거의 채우는 철완을 과시했다.
많이 던질수록 투수의 어깨는 탈이 난다는 게 야구의 상식이지만 그는 오히려 등판할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구위에 의존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스스로 팔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극대화한 경우다. 올해에도 큰 변수만 없다면 30차례 이상 선발등판에 180이닝 이상 투구가 가능할 전망이다. 진정한 의미의 '이닝이터'로 볼 수 있다.
◆구대성·류현진·김광현…유희관?
지난해의 성과를 바탕으로 유희관은 시즌 뒤 그 해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최동원상'을 수상했다.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보유했던 최동원과 '느림의 미학' 유희관의 조화를 어색해할 수도 있겠지만 성적만 놓고 볼 때 수상 가능성이 충분했다는 점에 이견을 가질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유희관은 "지난해에는 솔직히 운이 좋았다. 타자들이 잘 쳐줘서 승리한 경우도 많았다"면서 "올해는 내가 타자들을 돕고 싶다. 최대한 실점을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경기하면 타자들의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최동원상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유희관은 개인적인 목표를 뚜렷하게 밝히지 않는다. 팀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위해 최대한 노력해 밀알이 되겠다는 자세를 강조할 뿐이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투수라면 MVP 후보에도 자연스럽게 이름이 거론되기 마련. 34번 배출된 역대 MVP 수상자 가운데 투수는 32%인 11차례 수상을 기록했다. 박철순(1982, OB) 선동열(1986·1989·1990, 해태) 구대성(1996, 한화) 배영수(2004, 삼성) 손민한(2005, 롯데) 류현진(2006, 한화) 리오스(2007, 두산) 김광현(2008, SK) 윤석민(2011, KIA)이 영광의 주역들이다. 이 가운데 왼손투수는 단 3명. 구대성, 류현진, 김광현 뿐이다. 전체 수상자의 8.8%에 불과한 숫자다. 그나마 8년 전 김광현을 끝으로 사우스포 MVP는 종적을 감춘 상태다.
◆"매 경기 최선 다한다는 각오 뿐"
유희관으로선 욕심을 부려도 될 듯한 상황. 그러나 그는 큰 그림보다는 눈앞의 과제에 집중한다는 각오다. "지난해 성적에 미치지 못할까봐 솔직히 부담이 된다. 하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데 전력을 다할 생각"이라며 " 몇 승을 노린다기보다는 그저 그런 기대치를 즐기면서 매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면 성적은 시즌 끝날 때 따라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쫄지 않는' 만만디 멘탈, 유희관의 가장 큰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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