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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박정민, 두려움 앞에 진실한(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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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하지 않으려 나를 정으로 깎아내린다"

[권혜림기자] 영화 '동주'는 익히 알려진 시인 윤동주의 생애에 더해, 생전의 시인과 늘상 함께였던 또 다른 청년 송몽규의 존재에 주목한다. 빛나는 재능으로 뜨거운 자기 성찰을 이뤘던 윤동주에게 그의 친구이자 외사촌형제였던 송몽규는 때로 영감을, 때로는 열등감을 안기기도 했던 인물이다. 영화 속 송몽규를 연기한 이는 영화 '파수꾼' '들개' 등으로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 박정민이다.

'동주'(감독 이준익, 제작 ㈜루스이소니도스)의 개봉을 앞두고 조이뉴스24와 만난 박정민의 얼굴은 흥미롭게도 송몽규가 아닌 윤동주의 시 세계를 돌이키게 만들었다. 시에서 느껴지는 처절한 자기 반성, 스스로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반성을 거듭했던 시인의 태도가 박정민에게서 묻어나왔다.

"송몽규와 닮은 면이 있는지 묻는다면, 직선적인 모습이 있다는 점 같아요. 저는 자신감도 없고 주눅도 잘 들고 놀림 받는 것도 싫어하지만 저에게도 직선같은 모습이 있어요.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해야 한다는 점도 비슷하고요.(웃음) 연기를 시작할 때도, 몰래 시작하고 (부모님께) 통보하는 식이었죠. 송몽규가 '난 이걸 해야 돼!'라고 외치는 사람이라면 저는 '저, 이걸 했거든요. (대학에서) 전과를 했어요. 죄송해요'라고 말하는 식이었어요."

박정민과는 두 번째 만남이었다. 영화 '들개' 개봉 당시 만났던 그는 타자의 입장에선 흥미로운, 하지만 본인과 가족의 입장에선 꽤나 답답했을 자신의 연기 입문기를 들려줬었다. 국내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일반 대학에 다니던 그는 연기에 대한 욕심으로 학교를 중퇴,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 입학했다. 한예종에서의 시작도 연기가 아닌 연출이었다. 영상원 영화과에서 연극원 연기과로 전과를 하면서, 배우가 되겠다는 꿈에 보다 가까워졌다.

"'엄마, 나 영화 해야 할 것 같아요' 했을 때, 다들 쓰러지는 분위기였죠. 하고 싶은 건 꼭 해야만 하는 면이 (송몽규와) 비슷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 분의 삶과 댈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너무 '급'이 다른 이야기잖아요.(웃음) 실생활 속 박정민이라는 사람, 그러니까 연기를 하지 않는 박정민은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에요. 누군가 저에게 집중하는 것도 싫어하고, 술자리에서도 나에게 포커스가 오는 것이 부담스럽고, 누가 칭찬하는 것도 너무 낯간지러워하고요."

실제로 그랬다. '동주' 속 연기를 칭찬하면 할수록 어인 일인지 박정민은 몸둘 바를 몰라했다. "그 장면이 어색하진 않았나"라고 되묻는가 하면 "할 때는 열심히 했는데 보기에 어땠을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연기를 무척이나 냉정하게 바라봤다. 한 번 결심이 서면 뒤도 보지 않고 달리는 송몽규와는 무척이나 다른 모습이었지만 생에 대한 끝없는 반성을 이어갔던 윤동주의 태도와는 놀랄 만큼 닮아보였다. 그런 박정민이 닮은듯 달랐던 두 청년의 이야기를 연기하게 된 것이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작년 이맘 때였는데, 캐스팅 소식이 믿기지 않았어요. 감독님을 만나보지도 않았는데 출연이 결정됐다고 하더라고요. '너를 쓰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믿지 않았어요. 저를 만나보고 마음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대본 리딩을 다시 하게 될 수도 있고요. 이준익 감독님과 첫 만남 때 2:8로 가르마를 만들고 안경을 쓰고 갔더니, '송몽규 선생과 닮았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때부터 '아, 내가 정말 출연하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아드레날린이 오르기 시작했어요.(웃음)"

그는 자신을 한없이 엄격한 잣대로 평가한다. 평가의 결과는 대체로 '불만족'인듯했다. 하지만 외부의 시각은 조금 달랐다. '동주'의 시사 이후에는 물론이고, 그 이전부터 박정민을 가리켜 '아직 때를 못 만난 실력파'라 칭하는 이들은 많았다. 박정민은 "나라는 사람을 정으로 깎아내려야 한다고, 그러지 않으면 자만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겸손한 답을 내놨다.

"평소 감정 표현을 과하게 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굉장히 슬퍼도 울지는 않고, 화가 나도 집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죠. 그래서 연기할 때가 좋아요. 그런 모든 권리를 부여받으니까요. 처음엔 동기들보다 빨리 데뷔했으니 으쓱한 순간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순간 '웃기지 마'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마음을 다잡아요. 그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분명한 것은 자신에게 엄격할수록, 스스로를 다듬고 또 다듬을수록 그를 향한 주변의 신뢰가 두터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주'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은 그런 박정민에 대해 조이뉴스24에 이렇게 언급했다.

"박정민은 얼마나 진실된 배우인가. 두려움 앞에 진실한 배우, 그게 살아있는 배우 아닌가. '에이, 두렵거나 말거나'라는 마음으로 비겁하게 외면해버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박정민은 절대 그러지 않는다."

한편 '동주'에는 박정민 외에도 윤동주 역의 강하늘, 몽규의 아버지 역 김정석, 고등형사 역 김인우, 쿠미 역 최희서, 이여진 역 신윤주 등이 출연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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