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KBO리그 원년 최우수선수는 투수 박철순이다. 그는 당시 OB 베어스(현 두산)의 에이스로서 마운드를 책임졌다. 베어스의 초대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도 박철순이었다.
박철순 이후 KBO리그 MVP는 투수들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故 최동원(롯데 자이언츠), 선동열 전 KIA 타이거즈 감독 등 불세출의 투수가 연달아 리그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MVP 지형도는 많이 바뀌었다. 갈수록 심화되는 '타고투저'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을 비롯해 박병호(현 미네소타) 등 홈런을 앞세운 거포들이 MVP의 영광을 많이 차지했다.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이후 타이론 우즈(전 두산)와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같은 외국인 거포들도 MVP에 이름을 올렸다.
◆생애 두 번째 MVP 정조준
KBO리그에서 지난 시즌까지 MVP를 가장 많이 배출한 자리는 1루수다. 장종훈(현 롯데 자이언츠 코치) 이승엽, 우즈, 박병호, 테임즈 등 '거포 1루수'들의 활약이 이어졌다.
지난해 테임즈까지 14차례나 1루수가 MVP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투수가 12차례로 두 번째로 많다. 가장 최근 투수가 MVP를 수상한 건 지난 2011년 윤석민(KIA 타이거즈)이다.
김광현(SK 와이번스)은 4년 동안 맥이 끊긴 투수 MVP가 될 수 있는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김광현이 MVP를 수상한다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08년 16승 4패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 1위에 오르며 당당히 MVP에 올랐다.
김광현은 지난 시즌 14승(6패)를 기록했다. 2013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이어간 것이다.
그는 어깨 부상 후유증으로 2011년과 2012년 각각 4승, 8승에 그치면서 주춤했으나 이제는 부상에서 벗어나 '에이스 모드'를 되찾았다.
◆통산 100승이 우선 과제
김광현은 시즌 개막 후 빠른 페이스를 보인다면 4월 안에 KBO리그 통산 100승을 달성할 수 있다.
그는 2007년 프로 데뷔 시즌에서 3승(7패)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통산 97승(55패 1홀드)을 기록했다. 100승까지 3승만 남겨둔 것이다.
지난 시즌 김광현은 4월 한 달 동안 3승을 챙겼다. 첫 등판이던 KIA전에서 패전투수가 됐지만 이후 3차례 선발등판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올 시즌에도 초반 부진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이른 시간 안에 통산 100승 투수라는 의미있는 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김광현이 또 하나 목표로 삼은 건 많은 이닝 소화다. 그는 지난 2010년 193.2이닝을 던졌고 17승(7패)을 거뒀다. 한 시즌 개인 최다 이닝 투구였다. 많은 이닝을 던지고 버텨야 팀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그만큼 승수를 올릴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선발로 평균 30경기에 등판한다고 가정한다면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최소 6이닝씩은 던져야 한다. 그래야 200이닝 가까이 소화할 수 있다.
김광현에게는 올 시즌 동기부여가 충분하다. 그는 최근 연봉 8억5천만원에 SK와 재계약했다. 비FA(자유계약선수)로는 역대 가장 많은 액수다. 구단도 '에이스'로서 김광현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김광현은 올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는다. 또한 부담없이 해외 진출에 재도전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김광현이 커리어하이 기록에 도전할 충분한 촉매제가 될 수 있는 동기가 있다.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로 MVP에 도전해볼 수 있는 분위기는 형성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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