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잔치는 끝났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에 우승 트로피를 내준 삼성 라이온즈를 두고 여기저기서 하는 말이다. 정규시즌 5연패에는 성공했으나 한국시리즈까지 통합 5연패에는 실패하면서 이제는 숨고르기에 돌입할 때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그간 '삼성 왕조'를 지탱해온 여러 선수들이 팀을 떠나거나 노쇠화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시즌에는 전력의 큰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새로 출발하는 2016년, 삼성 야구는 과연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뼈아픈 '-17승' 후유증
후유증이 꽤 크다. '대구산 사자'의 오른쪽 어금니와 오른발톱·왼발톱이 하나씩 쑥 빠졌다. 주전 3루수 박석민이 4년 96억원이란 거액에 NC 다이노스로 FA 이적했고, 부동의 마무리 임창용은 해외 원정도박으로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여기에 지난 시즌 48홈런의 주인공 야마이코 나바로도 일본 지바 롯데에 입단했다. 당장 4월 개막전부터 삼성은 그간 왕조시대의 주역이던 주전 2루수와 3루수, 그리고 붙박이 클로저 공백을 안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
야구통계 사이트 '스태티즈'에 따르면 나바로는 지난해 WAR 7.34, 박석민은 6.71을 각각 기록했다. 임창용 또한 3.42를 기록했다. 이들 3명이 대체 선수 대비 17승 정도를 더 올려줬다는 얘기다. 지난해 삼성이 기록한 정규시즌 88승의 20%에 가까운 수치다. 이들 3인방의 공백이 어느 정도인지를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이들이 올려준 WAR 17승을 구할 수 없다면 삼성은 왕조시대를 끝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윤성환·안지만 잔류 '불행 중 다행'
일단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임창용과 함께 원정도박 의혹을 받던 에이스 윤성환 및 프라이머리 셋업맨 안지만은 일단 삼성의 시즌 전력 구상에서 배제되지 않았다. 이들은 혐의만 있을 뿐 뚜렷한 물증이 없는데다 소문과 달리 관계당국의 수사도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들은 개막전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임창용의 자리인 클로저는 안지만, 차우찬, 심창민 가운데 한 명이 승계할 전망이다. 오랫동안 경기 후반 접전 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해온 안지만이 최적임자로 꼽히지만 강력한 구위를 보유한 차우찬도 유력한 후보로 여겨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 3명을 조합한 새로운 필승라인을 선보일 수도 있다. '전천후 스윙맨' 차우찬이 붙박이 선발로 고정될 경우에는 심창민의 활용폭이 높아질 전망이다.
◆대형 트레이드 성사될까
3루수에는 대체 자원을 구했다. 일본 프로야구 경험이 있는 베네수엘라 출신 외국인선수 아롬 발디스가 주인공이다. 안정적인 3루 수비에 정교하고 파워넘치는 타격능력이 강점이다. 박석민의 공백을 충분히 메워줄 것으로 삼성 측은 기대하고 있다. 주전 2루수로는 조동찬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오랫동안 삼성 내야의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한 그는 공격력에선 나바로와 차이가 크지만 안정적인 수비력이 강점이다. 이밖에 군에서 제대한 배영섭이 본격 합류해 외야가 크게 보강됐다.
기존 최형우, 박한이, 박해민의 주전 라인업에 배영섭까지 외야 라인은 10개 구단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삼성은 내친 김에 중복 포지션의 선수들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계획이다. 남는 야수들을 내주고 투수진을 보강한다는 복안인데, 실현될 경우 선수단 면모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 다만 타 구단들의 적극적인 화답이 있어야 해 실제 성사 가능성은 두고 볼 필요가 있다. 웬만큼 쓸 만한 투수는 내주지 않으려는 게 KBO리그 구단들의 주된 반응이다.
◆변화의 시작 2016년
프런트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삼성의 '왕조시대'를 함께 한 김인 전 사장이 이번 겨울 팀을 떠나고 김동환 신임 대표 체제로 일신했다. 여기에 기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대주주가 바뀌었다. 홈구장 또한 오랫동안 '안방'으로 사용한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을 떠나 수성구 외곽의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로 옮긴다. 새 주인에 새 최고경영자, 그리고 새 홈구장까지 큰 폭의 변화가 줄기차게 벌어지고 있다.
미래의 삼성 야구는 운영 및 선수단 지원방식 등에서 여러모로 기존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최고의 '큰 손 구단'에서 합리적인 경영을 추구하는 선진 구단으로의 탈바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삼성'이라는 이름은 남아 있지만 야구단의 모습은 향후 큰 폭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변화의 시작인 2016년, 사자는 다시 한 번 포효할 수 있을까.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