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지난해 프로야구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팀, 한화 이글스가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다. '야신' 김성근(74) 감독의 한화 사령탑 부임도 2년차를 맞는다.
일각에서는 올 시즌 한화를 '우승도 가능한 전력'이라고 평가한다. 투수 FA 최대어인 정우람을 영입했기 때문. 앞선 2년 동안도 한화는 정근우, 이용규, 배영수, 송은범, 권혁 등 굵직한 외부 FA를 품에 안으며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했다.
김성근 감독은 팀에 대한 이같은 평가에 "올 시즌은 10개 구단이 모두 우승후보"라며 한 발 물러서면서도 "권혁이 작년보다 잘 해주면 우승할 수 있다"고 우승 도전 가능성도 열어뒀다. 현재 한화의 시즌 준비는 순조롭다는 말도 덧붙였다.
-캠프 명단에서 김태균과 정우람이 탈락했다. 어떤 점이 부족했던 것인가.
"우리가, 한화가 필요한 것은 '팀은 하나'라는 생각이다. '나'라는 인식이 아닌, '우리'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베스트인 몸상태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라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선수 개인으로는 노력을 했겠지만, '우리'로 봤을 때는 준비가 안돼 있었다. 단결이라는 측면을 생각해 서산에서 훈련한 뒤 몸을 만들어 들어오라고 했다. 캠프에서 하고 싶은 게 많다. 선수들이 베스트로 (캠프에) 들어가야 그걸 할 수 있다."
-선발 투수가 부족한 상황이라 송은범과 배영수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작년에는 솔직히 두 선수에게 어마어마하게 기대했다. 이번에는 본인들이 들어오지 않나 싶다."
-기대치가 더 높아졌다는 뜻인가?
"내가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기대를 하고 들어올 것이다."
-배영수와 이태양은 재활 중인데, 캠프에 들어갈 정도의 몸상태가 되는가?
"지금은 다 순조롭다. 작년과는 큰 차이다. 문제는 순조롭다고 베스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4월 개막 후가 중요하다. 순조로운 것에 안심할 때가 아니다. '이 정도로 됐다' 그런 것은 이 세계에 없다."
-송은범은 지난 시즌 종료 후 교육리그에도 참가했다. 얼마나 좋아졌나.
"열심히 했다. 자기 나름대로 구질도 개발했다. 이제는 (새 구질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던질 줄 안다고 되는게 아니다. 무기가 되느냐,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외국인 타자를 2명 영입할 수도 있다고 들었다.
"투수가 없으면 타자 2명. 타자가 없으면 투수로 간다."
-그래도 우선 순위는 투수일 것 같은데.
"당연하지."
-선발 보직이 정해진 투수는 로저스, 안영명 뿐이라고 봐도 무방한가?
"안영명은 작년엔 그랬지만(선발이었지만), 지금 생각은 캠프 가서 선발, 마무리, 중간 다 결정해야 한다. 작년 기준과 올해는 또 다르다. 송신영, 심수창, 이재우도 있다. 이태양이 돌아오고, 윤규진도 돌아온다."
-전부 백지상태라는 뜻인가?
"그렇지. 캠프 때 이리저리 테스트를 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지난해 고생한 투수들, 권혁, 박정진, 송창식의 몸상태는 어떤가.
"세 명 다 괜찮다. 송창식이는 많이 말랐다. 10㎏ 이상 살을 뺐을 걸. 12~13㎏ 정도. 안 빼면 오지 말라고 했다."
-세 명에 대해서는 혹사 얘기도 나왔는데.
"어느 기준을 갖고 얘기하는 것인가. 일본에도 미국에도 그만한 경기 수, 이닝 수의 투수들이 없냐고. 많다. 우리나라가 유독 민감하다.
보통 가정집이라고 생각하고 없는 집안에서, '너는 여기, 너는 이거' 이렇게 할 수 있나. 그렇게 생각해보면 뒤에 있는 애가 앞에 올 수도 있다."
-그 선수들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을 것도 같은데. 고생을 했으니 미안하다거나 고맙다거나.
"미안해? 나는 선수한테 미안한 마음 가진 적이 없다. 그런 마음으로는 선수 못 키운다. 고맙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조금? (웃음)"
-열심히 던져준 것은 맞지 않나?
"던져야 돈 벌지. 선수가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자체가 행복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나가고 싶어도 못나가는 선수들도 있다. 나가서 팬들의 함성을 받고, 그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옛날에 나는 나가려고 하니까 '김성근이 들어가라 이XX야'라고 해서 안나갔다. 권혁은 환호를 많이 받지 않았나."
-올 시즌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변화를 갖느냐의 문제다. 작년을 얼마나 반성하느냐. 권혁은 작년에 볼 3~4개 안에서 끝낸 타자가 별로 없었다. 거의 5~6개다. 혹사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볼 개수를 줄이면 된다. 새로운 무기가 필요한데, 그게 올해의 테마다.
박정진도 마찬가지다. 송창식도 그렇고. 그런 속에서 '슬프다, 불쌍하다'가 아니라 무엇을 찾아내느냐가 문제다. 나한테 뭐가 부족했는지, 채우기 위해서 뭘 시도해야 하는지. '난 작년에 많이 던졌으니까'라고 생각하면 끝난거다."
-권혁의 경우 지난해 많이 던졌기 때문에 올해도 또 잘 할 수 있느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무기를 하나 만들면 작년 이상 할 것이라고. 권혁이 작년 이상 하면 우승한다. 박정진이랑. 둘이 가운데 딱 서주면 정우람이 뒤에서 할 일이 없어진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시즌 전의 계산이다. 시작되면 이대로 안 움직인다. (웃음)"
-마무리는 아무래도 정우람 쪽으로 기운다고 볼 수 있나?
"윤규진이 얼마나 돌아오느냐의 문제다. 하나의 키맨은 심수창이다. 심수창이 어느 위치에 어떻게 들어가느냐에 따라 마운드가 달라진다."
-심수창은 만났나?
"심수창은 전부터 나랑 같이 하고 싶어했었다. (심수창이) LG에 있을 때부터 놀러오기도 하고 그랬다. 열심히 할 것이다. 심수창, 이재우, 송신영은 요긴하게 쓰지 않을까 싶다."
-우승후보라는 평가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올해는 10개구단 전부 우승후보다. 작년을 생각해보라. 삼성이나 상위팀이 4,5월에 kt한테 6~8승을 했다. 그게 얼마나 큰가. 우린 그렇게 못했다. 그런데 올해 kt는 그런 팀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그런 팀이 없어져버렸다. 어디든 우승도 할 수 있고, 꼴찌도 할 수 있다."
-한화 상황은 지난해보다 나아진 것 아닌가.
"작년보다는 나아졌지. 그런데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잖아. 현실에서는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시즌 전에는 어느 팀이나 계산을 해보면 110승까지 나온다. 이 투수 10승, 저 투수 10승 이런 식으로 따져보면. 그런데 시즌 들어가보면 50승도 안된다.
윤규진, 이태양이 돌아온다. 돌아왔다 뿐이지 4월부터 어떻게 할 지, 공에 위력이 있을 지, 2년 전 이태양의 야구가 통할 지를 다 봐야 한다. 야구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상황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놈의 야구는 하나가 좋아지면 꼭 하나 나쁜 것이 나온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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