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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영]'응팔', 기.승.전.'남편찾기' 불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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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남편찾기'…깔끔한 마무리를 부탁해

[이미영기자]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응답하라 1988'이 들끓고 있다. '남편찾기'를 둘러싼 후폭풍이다. 여전히 남편도, 결말도 베일에 싸여있건만 제작진을 향한 원망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고 작품에 대한 실망감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88'(이하 응팔)은 현재 종영까지 단 2회만 남겨놓은 상태. 지난 9일 방송된 '응팔'의 '굿바이 첫사랑' 편의 그 어느 편보다 반향이 컸다. 극의 이끌고 가는 가장 큰 흐름이었던 '덕선의 남편찾기'에 시동이 걸렸기 때문. 덕선(혜리 분)과 택(박보검 분), 정환(류준열 분)이 머금었던 첫사랑은 그동안 잔잔하고 고요하게 흘러왔지만, 지난 방송에서 그 팽팽했던 삼각관계의 균형이 깨졌다. 그리고 그 파장은 실로 엄청났다.

덕선이 양다리를 걸친 소개팅남 때문에 홀로 콘서트장에 가게 된 사실을 알게 된 정환. 영화관에서 잠시 망설였고 덕선에게 향했지만 대국을 포기하고 달려온 택이 더 빨랐다. 정환은 "운명의 또 다른 이름은 타이밍이다. 그러나 운명은, 그리고 타이밍은 그저 찾아드는 우연이 아니다. 간절함을 향한 숱한 선택들이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순간이다. 주저 없는 포기와 망설임 없는 걱정들이 타이밍을 만든다"고 자신을 자책했다.

정환은 공군사관학교 '피앙세 반지'를 술자리에서 덕선에게 17살 때부터 품어온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둘만이 아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꺼내놨고, "오래 전부터 얘기하고 싶었는데, 나 너 진짜 좋아"라고 말했다. 고백을 듣는 덕선의 표정은 미묘했다. 정환의 진심을 아는 듯한 표정이다가도, 아직 오지 않은 택이가 신경 쓰이는지 문쪽을 흘끗 거렸다. 정환은 숱한 망설임 끝에 건넨 그 고백이 장난이었던 것처럼, 상황을 반전 시켰다.

18화 제목 '굿바이 첫사랑'처럼, 정환의 그 고백은 덕선에 대한 스스로의 단념인지 혹은 머물러 있는 첫사랑에서 한발짝 나아가는 계기가 됐을지 모를 일이다. 아직 드라마는 2회가 남았고,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런데 왜 시청자들이 이토록 들끓는지, 그 후폭풍의 이유를 짚어볼 필요는 있다. 단순히 '내가 원하는 이가 남편이 아닐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전부는 아니다. 어차피 남편은 둘 중 한 명이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남편찾기'라는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이 문제다. 지금까지 삼각관계를 둘러싼 지지부진한 전개는, 아련한 첫사랑만큼 우정도 소중했음을 그래서 그만큼 선택이 쿨할 수 없었던 '쌍팔년도식' 방식이라고 백 번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제작진이 1회부터 지난 18회까지 남편찾기의 '떡밥'만 잔뜩 뿌려놓고, 정작 주인공들의 감정은 추리하기 힘들 만큼 불친절하게 그려왔다는 데 시청자들의 불만이 있다. 전작들에서 추측의 재미를 안기던 '남편 찾기'는 '응팔'에서는 남편찾기에 대한 과도한 화제성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지난 18회에서 보여준 갑작스러운 극의 우회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어남류'라는 말이 나올 만큼 정환의 첫사랑을 세세하게 잘 남아내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들었고, 또 그렇게 분위기를 몰고갈 만큼 제작진의 힌트 화살표도 정환을 향했다. 택의 순수하고 우직한 사랑 역시 수긍은 간다. 다만 18회까지 이끌고 오던 정환의 아련한 첫사랑이 '장난'으로 마무리 되는 건, 시청자들을 황당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설령 '반전'으로 정환이가 남편이라고 뒤집는다 해도, 그것은 그것대로 '어남택' 시청자들에게 '잔인한' 결과다.

무엇보다 선택의 열쇠를 쥐고 있는 덕선의 감정에 불친절하다. 정환에게 꿈결에서도 콘서트를 같이 가자고 할 만큼 좋아하는 마음이 커졌고, 늘상 챙겨주던 어리숙한 택이에게 남자다움을 발견하며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그런 덕선의 감정은 단편적으로 발견할 수 있을 뿐, 덕선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지는 못 했다. 그러면서 덕선의 캐릭터는 어느 순간 미궁에 빠졌다.

덕선 남편이 정환이라도, 택이라도 시청자들도 수긍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전개가 2회 안에 충분히 그려질까. 지금까지 뿌려놓은 떡밥들의 아귀가 딱딱 맞는 개연성 있는 스토리는 과연 가능한 걸까. 남편찾기의 진화가 아닌, 악수를 보여주는 건 아닐까.

드라마 막판 '남편 찾기'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정작 제작진이 담아내고자 했던 따뜻한 가족극의 기획의도가 가려질까도 걱정이다. 전작 '응칠'에선 '빠순이' 문화를, '응사'에선 하숙집과 캠퍼스를 담아냈다면 '응팔'에서는 가족과 이웃으로 그 내용이 확장돼 왔다. 따뜻한 가족과 살가운 이웃들의 이야기는 웃음과 눈물을 선사했고 '응팔'이 전세대에 두루 사랑받을 수 있는 기폭제가 됐다.

지난 18회에서도 가족 이야기는 여전히 가슴을 울렸다. 명예퇴직을 고민하는 아빠 동일이나, 다 큰 자식들을 바라보며 헛헛해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짠했다. 그러나 그 감동의 여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방송이 끝난 후 너도나도 '남편찾기'에 대해서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래저래 '응팔'의 기.승.전.'남편찾기'를 바라보는 마음이 참 불편하고 또 속상하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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