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신태용호가 본격적인 출항을 알렸다. 목표는 8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진출해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하는 것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새해 첫 발걸음은 이미 시작됐다. 4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평가전을 치러 2-0으로 기분좋은 승리 소식을 알렸다. 7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한 차례 더 평가전을 치르고 오는 12일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하는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리우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 나선다.
C조에 속한 한국은 이라크, 우즈베키스탄, 예멘을 상대한다. 신태용 감독의 우선적인 목표는 당연히 3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 티켓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동안 올림픽 아시아 예선은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렀다. 월드컵 이상의 권위를 보여주자는 것이 AFC의 의도였다. 그런데 이런 예선 방식은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에게 올림픽 티켓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AFC는 중동세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 곳에 모여 치르는 챔피언십으로 올림픽 예선을 겸하게 만들었다. 결선 토너먼트에서는 매 경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A대표팀 경기와 마찬가지로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에 뒤지는 아시아 올림픽 대표팀들은 한국을 상대하는 방식이 전형적인 '선수비 후역습'이다.
신태용호는 조별리그 통과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8강에 진출하면 D조 팀과 만나게 된다. D조는 껄끄러운 호주를 비롯해 UAE, 요르단, 베트남이 속해있다. 한국은 1위를 해서 역시 조 1위가 예상되는 호주를 피해 순조롭게 4강까지 오르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힘을 앞세운 호주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상대다. 지난해 10월 호주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한국은 유럽파를 소집해 모두 이겼던 자신감이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타이틀이 걸린 실전은 또 다르다. 요르단이나 UAE도 대회 장소가 중동이라는 환경적인 유리함을 안고 한국을 만나게 된다.
신태용 감독은 조이뉴스24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대회 장소 카타르의 환경에 대한 고민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토너먼트에서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중동이라는 환경 적응도 잘해야 한다. 그나마 날씨가 그리 덥지 않은 것이 다행스러운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급성 백혈병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광종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올림픽팀을 이끌게 된 신태용 감독은 다양한 선수들을 확인하며 옥석고르기에 집중했다. 이찬동(광주FC)이 부상으로 빠지고 박인혁(FSV 프랑크푸르트), 최경록(상파울리) 등은 소속팀의 반대로 이번 대표팀에 차출되지 못했지만 다른 자원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격진은 진성욱(인천 유나이티드), 김현(제주 유나이티드), 황희찬(잘츠부르크)이 경쟁한다. A대표팀도 오갔던 권창훈(수원 삼성)은 전체를 조율하면서 팀의 리더 역할을 한다. 이찬동 대신 1차 저지선 역할을 하는 박용우(FC서울)의 수비 능력에도 기대를 건다.
신 감독은 A대표가 아닌 연령별 대표팀이지만 선수들이 사명감을 갖고 나서기를 바랐다. 신 감독은 "태극마크는 아무나 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경력을 위해 뛰는 선수는 뽑지 않았다. 이런 마음이 선수단을 하나로 묶을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4강에 오르면 이란, 카타르(A조)나 사우디, 북한, 일본(B조) 가운데 한 팀과 결승 진출을 놓고 겨룬다. 신 감독은 "무조건 결승에 간다. 3~4위전은 불안하다. 본선 티켓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무조건 이겨 결승에 가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신태용호는 전술적으로 유연하다는 강점이 있다. 신 감독은 4-3-3 전형을 기본으로 4-2-3-1, 4-4-2 등 상대에 따라 공격, 수비에서 다양한 옷을 입어봤다. 지난해 11월 중국 4개국 초청대회에서는 1승도 올리지 못했지만, 결과에 신경 쓰지 않았다. 실험을 거듭하며 최적의 조합을 찾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왔다.
오답노트도 작성해뒀다. 지난해 막판 4경기 중 3경기에서 후반 35분 이후 실점하는 등 집중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실전을 치르면서 달라질 선수들의 집중력과 끈기를 기대한다.
한국이 리우 올림픽 본선에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홍명보 사단이 일궈냈던 동메달 이상을 획득한다는 것이 신태용 감독의 각오다. 물론 절대 쉽지 않다. 개최국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독일, 덴마크, 스웨덴, 포르투갈,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알제리, 멕시코, 온두라스, 피지 등이 본선행을 확정했는데 어느 한 팀도 만만하지가 않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큰 꿈'을 강조했다. 그래야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리우 올림픽을 향한 '신공'(신나는 공격) 축구의 본격적인 개봉이 임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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