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이대호(소프트뱅크)는 '2015 WBSC 프리미어12'에서 한국의 4번타자 역할을 잘 수행했다.
많은 안타를 때려내지는 못했지만 이대호는 한국이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고비마다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B조 조별예선 두 번째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에서는 홈런을 날리며 침체돼 있던 대표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대회 최대 고비였던 일본과 준결승전에서는 9회 한국의 극적인 역전승을 이끄는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날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이대호는 22일 오후 동료 선수들과 함께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일본전 2타점 역전타 상황에 대해 "후배들이 득점 기회를 만들어줬기 때문에 '정말 꼭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타석에 들어섰다"며 "9회초 마지막 공격이라 그런 기분은 더했다"고 짜릿했던 당시 상황을 되돌아 봤다.
이대호는 "우리가 일본에게 끌려가고 있었는데 마침 실투가 들어왔다"며 "운도 많이 따랐다"고 했다.
이대호는 이번 대표팀에서 정대현(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두번째로 나이가 많다. 주장을 맡았던 정근우(SK 와이번스)와 함께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었다. 중심타자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팀의 큰형님 노릇도 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이대호의 얼굴은 더 수척해 보였다. 그는 "지금 당장 머리 속에 떠오르는 건 '어서 푹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라고 웃었다. 이어 "솔직히 정규시즌부터 일본시리즈, 그리고 이번 대회까지 일정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에 몸이 정말 힘든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대호는 우승 세리머니에 대한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한국은 21일 미국과 결승전에서 8-0으로 이겨 대회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선수들은 경기 후 비교적 차분한 세리머니만을 선보였다.
이대호는 "정근우와 우승 확정시 세리머니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며 "크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패한 팀에 대한 배려도 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며 "우리가 이겼다고 해서 우쭐댈 순 없는 노릇이 아닌가. 우리도 패배를 당할 수 있고 그런 이유에서 세리머니를 최대한 자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는 이대호는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대호는 오는 12월 초 에이전트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할 계획이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일단 시간을 좀 갖고 싶다"며 즉답은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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