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연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12월엔 지상파 3사가 '연기대상'을 선보인다. 한해 동안 열심히 경작한 드라마 농사를 평가받는 자리다. 이 시즌에 늘 나오는 푸념이 있다. '너무 일찍 방송돼 손해봤다'는 것.
그래서 준비했다. 놓쳐서는 안될 주옥같은 드라마들, 하지만 너무 일찍 방영한 탓에 잊혀질 뻔한 작품들을 선별했다. 단기기억상실증으로 연초 방영작들을 싹 잊어버린 당신을 위한 드라마 가이드.
KBS는 올 상반기 저조한 시청률로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시청률 수치로만 평가할 수 없는 작품이 적지 않았다. '후아유-학교2015'(4~6월 방송)는 '스타제조기' 학교 시리즈의 명맥을 이었고, '착하지 않은 여자들'(2~5월)은 평일 밤 만나는 주말가족극으로 입소문을 모았다. '프로듀사'(5~6월)는 예능 드라마라는 신 장르를 개척했고, '징비록'(2~8월)은 1TV 대하사극의 명맥을 이었다.
그 중에서도 올 연말 '2015 KBS 연기대상'을 노려봄직한 배우 4인을 추렸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 채시라와 김혜자, '프로듀사' 김수현, '징비록' 김상중이다. 연기력은 기본이요 화제성과 스타성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배우들이다.
◆'착않녀' 김혜자, '국민엄마'서 '갓혜자'로 승격
'국민엄마' 김혜자(74)가 3년 만에 TV드라마에 돌아왔다. 이제는 '국민엄마'를 뛰어넘어 '갓혜자'다. 믿고보는 연기력의 소유자에게 네티즌들이 선사한 칭호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극본 김인영 연출 유현기 한상우)에서 김혜자는 입소문으로 알려진 재야의 요리 선생, 일명 '안국동 강선생' 강순옥 역을 맡았다. 남편(이순재 분)의 죽음 이후 30년간 홀로 아이들을 키웠다. 평온한 그녀의 삶에 풍랑이 몰아친다. 남편의 첫사랑(장미희 분)과 죽은 줄만 알았던 남편이 그녀 눈 앞에 나타난 것.
김혜자는 드라마에서 '연기경력 50년'의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매회 펼쳐지는 '국보급 열연'에 시청자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거침없는 돌직구, 유머와 감동이 버무려진 대사는 김혜자의 입을 통해 더욱 쫄깃쫄깃해졌고, 흥분할때 튀어나오는 발차기는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여기는 장모란씨. 자네 장인어린 세컨드' '꼴값을 하십니다' '맛있게 먹어, 기집애야' 등 김혜자 표 '언중유골 어록' 역시 방송 이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착않녀' 채시라, 세련미 벗은 '아줌마 파워'
배우 채시라(47) 역시 3년만의 복귀작으로 '착않녀'를 선택했다. 카리스마를 벗고 인간미를 입었다. 세련미를 포기하고 아줌마가 됐다. 뽀글거리는 파마머리에 망가짐을 불사한 몸연기까지 '역시 채시라'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채시라는 '착않녀'에서 집안의 사고뭉치 김현숙 역을 연기했다. 열등감으로 똘똘뭉쳤던 현숙은 복수와 포용을 통해 꿈을 찾고 자신감도 되찾았다.
극중 채시라는 코믹, 액션, 멜로를 넘나들었다. 허당기 넘치는 순수함, 좌충우돌 사고뭉치 매력까지 다양하게 선보였다. 울부짖으며 실신하고, 몸 사리지 않고 파격 액션도 선뵀다. '아버지나 나나 인생 하자'라며 대성통곡하고,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며 악에 받쳐 포효했다.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프로듀사' 김수현, 그대의 매력은 '별에서 온'건가요
SBS '별에서 온 그대'로 정점을 찍은 김수현(27)은 '프로듀사'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김수현은 한류스타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고, KBS는 판권 판매로 대박을 터뜨렸다. 중국,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에 판매되며 한류드라마의 맥을 이었다.
김수현은 '프로듀사'(극본 박지은, 연출 표민수, 서수민)에서 서울대 출신 어리바리 신입 PD 백승찬 역을 맡아 웃음과 설렘을 동시에 선사했다.
극중 백승찬은 깍듯함과 고지식함으로 무장한 허당 그 자체. 맹구와 영구로 예능을 공부하고, 농담을 다큐로 받아들이는 독특한 캐릭터. 톱스타 신디(아이유 분)의 유혹에도 선배 탁예진(공효진 분)을 향한 해바라기 순정을 간직한 순수남이기도 하다.
김수현은 이번 드라마로 '넘사벽' 20대 남자배우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더불어 최근 열린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에서도 대상을 수상했다.
◆'징비록' 김상중, 제가 '류성룡'이었는데 말입니다
김상중(50)은 50부작 대하사극 '징비록'으로 6개월의 대장정을 이끌었다. '제2의 정도전' 붐은 없었지만 꾸준히 두자릿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하사극의 명맥을 이었다.
'징비록'(극본 정형수 정지연 연출 김상휘)은 임진왜란이 발생하기 전부터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량해전까지 조정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극중 김상중은 임진왜란 시기 나라와 백성을 지키고자 했던 서애 류성룡 역을 맡았다.
드라마 시작 전 그는 "KBS 대하사극의 의미는 책임감과 사명감"이라며 "류성룡 선생의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 알려야 할 부분을 잘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전한 바 있다.
그의 초기 의도대로 김상중은 류성룡의 강직한 면모를 드러내며 드라마의 중심을 잡았다. 그리고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내일의 백성들이 걸어갈 길"이라며 회한과 독백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한편, 상반기에 활약한 드라마 못잖게 KBS에는 하반기 흥행작도 적지 않다. '장사의 신-객주2015' 장혁, '부탁해요 엄마' 고두심 등도 유력한 대상 후보로 꼽힌다. 과연 이들 중 'KBS 연기대상' 가장 마지막에 이름 불려질 인물은 누구일까. 벌써부터 그날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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