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프로 선수들에게 등번호는 '제2의 이름'이나 다름없다. 팬들은 스타 선수들의 이름과 함께 등번호를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야구에서 '11번'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故 최동원, 축구에서 '11번' 하면 차범근부터 생각나는 것이 좋은 예다.
이런 이유에서 선수들은 소속팀을 옮겨서도 자신이 달았던 배번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태극마크를 왼쪽 가슴에 단 국가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김인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2015 프리미어12' 대회 참가 준비에 한창인 야구대표팀에선 낯선 번호가 종종 눈에 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박병호(넥센 히어로즈)다. 그는 전 소속팀 LG 트윈스 시절부터 줄곧 52번을 등번호로 사용했다. 지난해 열린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나선 대표팀에 뽑혔을 때도 52번을 그대로 달았다.
박병호는 이번 대표팀에서 등번호를 52번이 아닌 3번으로 바꿔 달았다. 이유는 함께 대표팀에 승선한 김재호(두산 베어스) 때문이다. 김재호는 두산에서 역시 52번을 사용하고 있다. 박병호는 선배 김재호를 위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52번을 양보했다.
나성범(NC 다이노스)도 박병호와 비슷한 경우다. 그는 소속팀에서 47번을 단다. 그런데 대표팀에는 해당 번호의 터줏대감이 있다. 대표팀 안방마님 역할을 맡을 강민호(롯데 자이언츠)다.
나성범은 47번 대신 자신이 존경하고 있는 선배라고 직접 밝힌 추신수(텍사스)가 사용하고 있는 17번을 선택했다. 만약 추신수가 '김인식호'에 승선했다면 어땠을까. 나성범은 "17번을 달 순 없었겠죠"라며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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