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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대구FC 사장③유스 육성이 구단과 한국 축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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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1년]특별 인터뷰-"제2의 이청용, 손흥민처럼 흙 속의 진주 찾아야"

[이성필기자] "생각의 속도에서 이겨야 한다."

"힘들 때가 승부다."

11월 1일로 창간 11주년을 맞은 조이뉴스24가 만난 대구FC 조광래(61) 사장은 감독 시절 수많은 지도 철학을 짧은 글귀로 남겼다. 다소 이해하기 힘든 말도 있지만, 선수들에게는 쏙쏙 들어가게 정리했다. 때로는 편지를 써서 이해시키기도 했다. 선수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노련하게 움직였다.

특히 어린 선수들에게는 세심함을 보였다. 대표팀 감독 시절 선수들이 조 감독의 전술을 어려워하자 일일이 붙잡고 설명을 하며 이해시키려고 했던 장면은 유명하다. 도민구단 경남FC 감독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골키퍼 김병지(전남 드래곤즈)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20대 초, 중반의 선수들이라 과외 선생님처럼 집중 지도를 아끼지 않았다.

선수 발굴에 귀재인 조 사장은 유소년 육성이 한국 축구의 미래라며 시스템 구축에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FC에서 구단 경영을 하면서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성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15세 이하(U-15) 유스팀인 율원중이 지난 8월 무학기에서 유스 명문인 포항 스틸러스 U-15팀 포철중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유스에 대한 투자는 당연한 것, 3~4년 뒤 대구의 황금시대로!

조 사장은 "재정적으로 취약한 시민구단이 살 길은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 구축뿐이다. 가능성이 있는 새싹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하고 좋은 지도자와 프로그램으로 이들을 육성해야 한다. 초기 투자비가 비싼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FC서울 감독 재임 시절 찾아낸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이 좋은 예다. 조 사장은 "대구 유스에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출신을 감독으로 선임했다. 유스시스템이 자리 잡아가는 상황에서 율원중이 우승했다. 아이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서 보람도 느낀다"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대구의 유스 구축은 최근 한국 축구의 유소년 시스템 정착과 흐름을 같이 한다. K리그 산하 유스 출신들 위주로 구성된 17세 이하(U-17) 대표팀이 U-17 월드컵에서 브라질, 기니를 꺾고 잉글랜드와 비기며 조별리그를 무실점 1위로 통과한 데서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8강 진출에 실패는 했지만 분명 의미가 있었다. 조 감독도 이런 부분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과거부터 강조한 것이 유소년 육성이었다. 한국 축구의 미래는 선진 유소년 시스템 구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근 연령대별로 좋은 선수가 나오고 성적을 내는 것은 유스시스템에 대한 꾸준한 투자라고 본다. 한국 축구가 발전하고 미래가 있는 것도 바로 유스시스템 때문이다. 축구인의 한사람으로서 기쁘고 희망도 있다고 생각한다."

'조광래 유치원'을 빼놓을 수 없다. 경남 시절 발굴한 김동찬(전북 현대), 이용래(수원 삼성), 김주영(상하이 상강) 등은 A대표팀에 한 번씩 발탁됐다.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2008년 FA컵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결실도 있었다.

"조광래 유치원이라는 말을 내가 한 적은 없다. 그러나 듣기 싫은 말은 아니다. 당시 경남은 주요 스폰서가 후원 중단 통보를 하는 등 어려운 여건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찾는 것이었다. 지금도 옥석 고르기는 계속되고 있다. 후원 요청을 위해 기업체를 돌아다니면서도 선수 정보는 놓치지 않는다. 그것이 시민구단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실제 대구는 자유계약선수로 연령별 대표팀을 거친 3명과 일찌감치 계약을 끝냈다. 타 구단에서도 노렸던 선수들이지만 조 사장의 혜안과 학부모 설득으로 대구행을 택하도록 이끌었다. 대구 성호상 선수육성강화팀장은 "사장님이 우리 구단에 대한 가능성과 유소년 육성에 관해 설명했다. 확실한 비전이 없으면 부모들이 자식들과 상의해 다른 구단으로 가지 않았겠냐"라고 설명했다.

대구가 3~4년 뒤면 유스의 성장으로 더 단단한 팀이 될 것이라는 조 사장은 "몇 년 후 대구의 황금시대를 만들 수 있는 선수들로 클 지 모른다. 투자할 때는 해야 한다. 몇 배의 효과를 거둘 것이다. 축구와 선수에 대해 애정을 갖고 이야기를 듣고 찾아다니며 발굴해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라는 지론을 전했다.

슈틸리케 편견 없는 선수 선발이 좋은 결과, 대표팀은 꾸준히 믿어줘야

2011년 12월은 조 사장 인생에 지우고 싶은 순간이다.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가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전격 경질당하며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당시 조 감독은 자신의 처지보다 잔여 임금을 받을 수 없었던 코칭스태프에 대한 걱정을 하며 축구협회의 행정이 달라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조 사장은 그 해 1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3위의 성적을 냈다. 열아홉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과감하게 대표로 선발하는 등 팀 리빌딩을 시도하며 대표팀의 단계적인 완성에 집중했다. 하지만 삿포로 참사로 불렸던 일본과의 평가전 완패, 레바논 원정 패배 등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조급함을 참지 못했던 축구협회는 감독 경질이라는 칼을 휘둘렀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조 감독이 활용했던 손흥민, 기성용, 이청용과 구자철, 홍정호는 현 슈틸리케호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조 사장에게 ' 그 때 시간이 더 있었다면'이라는 가정이 따라붙은 이유다. 이미 수 차례 대표팀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다시 한 번 묻는 것도 이들의 성장 때문이다.

"스승으로서 제자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처럼 흐뭇한 것이 있나, 아쉽지만 모두 지나간 일이다. 제자들이 잘 성장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꿈이 있었다. 우리에게 맞는 기술 축구로 변방에서 중심을 세워보고 싶었다. 다소 부족했지만 조금만 믿고 조언과 시간을 허락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러나 지금 내게는 많은 기회가 있다. 지금이 중요하다. 제2의 이청용, 손흥민처럼 흙 속에 묻힌 진주가 얼마나 많겠는가. 이들을 찾아 육성하는 것이 내 일이다. 그래서 과거에 매달릴 틈이 없다."

자연스럽게 현재 대표팀 슈틸리케호에 대한 시선도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 슈틸리케호는 1월 아시안컵 준우승, 8월 동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했고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도 4전 전승으로 순항 중이다. 이정협(상주 상무), 권창훈(수원 삼성), 이재성(전북 현대) 등 새로운 얼굴들을 찾아 경쟁체제를 구축했다.

"편견 없는 선수 선발과 발품을 팔아 대표팀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 '찍으면 무조건 터진다', '슈틸리케 매직이다'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내 생각에는 많이 보고 실험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클래식은 물론 챌린지, 대학팀 경기도 보고 국내는 물론 유럽, 중동, 중국, 일본 선수들도 점검했다. 22경기를 치르는 동안 총 47명을 실험했는데 편견 없이 선수를 보고 장점을 찾아내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월드컵 최종예선도 아니고 FIFA 랭킹 30위권 이내의 팀과도 싸워보지 않았다. 대표팀은 아직 본격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 사장의 생각은 어떨까.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어 다행이다. 문제는 상황이 좋지 않을 때다. 그 때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으면 좋겠지만, 주요 선수의 부상 등 뜻하지 않은 이유로 위기가 올 수 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믿고 지원해주기를 바란다. 그럴수록 격려하는것이 중요하다. 그런 신뢰 속에 좋은 팀이 만들어진다."

대구 축구의 부활이 우선, 축구 본질을 통한 구단 발전 이끌겠다

대표팀 이야기는 그만하고 대구 구단 이야기를 더 많이 하자며 기자를 압박(?)한 조 사장은 구단이 연고지에서 사랑받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신이 가진 비전을 소개했다.

"축구인 출신 사장으로서 축구의 부활이 우선이다. 재미있고 감동도 있는 축구를 만들어서 팬들과 시민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을 그런 날을 꿈꾼다. 이를 위해서 뿌리부터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어린이 공략은 1순위다. 유스 성장 정책과도 맞물린다.

"지역 출신 어린 선수들이 대구 유니폼을 입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만들겠다. 대구 유니폼이 그들의 꿈이 되는 것이다. 지역의 좋은 자원이 대구 선수로 자라게 된다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 우수 선수,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울 수 있다. 선수가 되지 못해도 대구를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대구와 축구를 응원하지 않을까 싶다. 어른이 되면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고 단기간의 성적에도 일희일비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진정한 '우리들의 축구단'이 될 것이다."

조이뉴스24 창간 11주년 특별 인터뷰에 응해준 조 사장은 감독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경영자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자신을 초보 행정가라고 말하지만 분명 지난 1년 2개월 사이 사장이라는 직책에 맞게 변신을 한 것처럼 보였다. 그의 야심은 크고 구체적이었다. 과연 조 사장의 계획대로 대구는 튼튼한 시민구단으로 다시 태어날까? 이런 궁금증에 대해서는 조 사장의 계획을 날 것 그대로 전하며 특별 인터뷰를 갈무리한다.

"나는 행정가로는 초보다. 다만 느낀 부분이 있다면 축구 행정가는 구단의 가치와 비전을 이해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행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축구 본질'이 구단 경영이 기본이라면 그에 맞춰 비전을 만들고 예산을 투입해 결과물을 얻어야 한다. 선수단과 프런트 모두 이 방침을 이해시켜 합의점을 도출하고 같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한다. 클래식 승격은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지금은 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모두 잘 해왔고 마무리가 중요하다.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지 않고 승격이라는 목표를 이루고 싶다. 그래서 팬과 지역 후원기업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

<끝>

조이뉴스24 대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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