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고민하지 않았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1차전 선발투수에 대한 질문을 받자 망설이지 않고 "더스틴 니퍼트"라고 답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부상을 당하는 등 좋지 않았지만 후반기 구위가 괜찮았다. 넥센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잘 던졌다"고 니퍼트에게 1차전 선발 중책을 맡기는 이유를 설명했다.
니퍼트는 지난 2011년 두산 유니폼을 입으며 KBO리그와 인연을 맺었다. 입단 첫 해 15승(6패)을 거둔 이후 지난 시즌까지 4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며 두산 마운드의 기둥 역할을 했다.
올 시즌은 달랐다. 크고 작은 부상이 니퍼트를 괴롭혔다. 정규시즌에서 20경기에 등판해 6승(5패)에 그쳤고 두자릿수 승수 달성 또한 물건너갔다. 하지만 김 감독은 니퍼트를 믿었다. 그는 "큰 경기에 등판한 경험이 많다"며 "시리즈 전반적으로 볼 때 가장 중요한 1차전을 맡기는 건 당연하다"고 니퍼트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니퍼트는 두산 선발투수 중에서 포스트시즌 등판 횟수가 9경기로 가장 많다. 그는 10번째 포스트시즌 등판 경기에서 김 감독이 보내준 신뢰에 완봉 역투로 화끈하게 답했다.
니퍼트는 18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9이닝 동안 3피안타 무실점으로 NC 타선을 꽁꽁 묶으며 두산의 7-0 완승을 이끌어냈다.
1회부터 4회까지는 완벽한 투구였다.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에 내보내지 않았다. 4이닝을 모두 삼자범퇴로 막았다. 반면 NC의 선발로 나선 올 시즌 다승왕(19승) 에릭 해커는 4이닝밖에 버티지 못하고 4실점하고 물러났다. 니퍼트와 개인적인 맞대결에서 해커가 완패한 것이다.
니퍼트에게는 위기도 있었다. 5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에릭 테임즈에게 첫 안타를 내줬고 이어 나성범에게도 첫 볼넷을 허용했다. 두산이 4-0으로 앞서고 있긴 했지만 NC 타선도 한 번에 다득점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니퍼트 입장에서도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는 이호준을 중견수 뜬공으로 유도해 한숨을 돌렸으나 여전히 1사 1, 3루로 실점 위기였다. 이 때 니퍼트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발했다. NC 손시헌을 유격수 앞 병살타로 유도해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낸 것이다.
니퍼트는 6회말에도 안타와 볼넷으로 1사 1, 2루로 몰렸지만 이번에도 실점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후속타자 박민우와 이종욱을 각각 좌익수 뜬공과 유격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니퍼트는 이후에도 꿋꿋이 마운드를 지켰다. 완봉을 눈앞에 둔 9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이종욱을 2루수 앞 병살타로 잡아내 경기는 두산의 7-0 승리로 끝났다.
니퍼트는 경기가 끝난 뒤 누구보다 환한 미소를 지었다. 포스트시즌 통산 20번째 완봉 기록이자 외국인투수로는 세번째 포스트시즌 완봉승을 거둔 주인공이 됐다. 앞서 두차례 완봉승을 따낸 외국인투수는 다니엘 리오스(2007년 한국시리즈 1차전, 당시 두산)와 아킬리노 로페스(2009년 한국시리즈 5차전 당시 KIA 타이거즈)다. 플레이오프만 따진다면 통산 8번째 완봉승을 거둔 투수가 됐다.
니퍼트는 공식 인터뷰에서 "8회말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에 9회말에도 던질 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며 "끝까지 경기를 책임지고 싶었다"고 완봉 소감을 전했다. 그는 "배터리를 이룬 양의지(포수)와는 5시즌을 함께 하고 있다. 경기 중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잘 리드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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