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울산 현대의 우즈베키스탄 출신 미드필더 세르베르 제파로프(33)는 우승 청부사로 불린다. 2010년 FC서울에 입단해 그 해 1골 7도움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성남FC에서는 FA컵 우승에 일조하는 등 우승을 부르는 파랑새와 같았다.
올 시즌 제파로프는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팀 성적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상황에서도 그는 6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아직 정규시즌 8경기가 남아 산술적으로는 지난해 7골 3도움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K리그 입문 후 최고 공격포인트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30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는 종료 직전 아크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의 키커로 나서 골망을 흔들며 극적인 2-2 무승부를 만들었다. 제파로프의 날카로운 킥력은 익히 알려져 있다. 여전한 한 방 실력으로 울산을 패배 위기에서 구한 것이다.
18일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제파로프의 표정은 너무나 밝았다. 그는 "컨디션은 항상 좋다. 나쁠 때가 없었다"라며 자신의 몸 관리에 대해서는 철저하다고 자신했다.
울산은 클래식에서 10위로 처져 상위 스플릿 진입이 힘든 상황이다. 다만 FA컵은 4강에 올랐다. 토너먼트에 강한 제파로프 입장에서는 우승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
그는 "FA컵은 정말 중요하다. 성남에서도 FA컵 우승을 한 바 있다. 늘 우승을 갈망한다"라며 강한 집착을 드러냈다.
제파로프는 K리그 입문 당시 날카롭고 속도감 있는 킥력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우즈벡 팬들도 제파로프를 살아있는 전설로 부르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과 비교해) 빠르지는 않아도 오래 뛸 수 있다. 90분 내내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라며 웃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련미가 생겨 경기 운영 능력이 좋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재치있게 말한 셈이다.
프리킥에 장점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팀 훈련이 끝나면 개인적으로 30분 정도 훈련을 더 하고 있다. 우즈벡에서 뛸 당시에도 한 시즌에 넣은 11골 중 7골이 프리킥이었다"라고 자랑했다.
어느 K리그 팀에 가서도 빨리 적응하는 제파로프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 알 샤밥으로 이적을 했다가 성남으로 돌아왔다. 그는 "나는 프로다. 어디를 가나 적응하려고 애를 쓴다. 한국 문화가 우즈베키스탄과 비슷하다. 가족도 한국에 익숙하다. 어린이집, 영화관 등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 사우디보다는 K리그가 편한 이유다"라고 웃었다.
제파로프 외에도 알렉산데르 게인리히, 티무르 카파제 등 우즈베키스탄 출신 선수들이 각각 수원 삼성과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뛴 적이 있다. 그는 "카파제는 당장에라도 입단 제의가 온다면 K리그로 올 것이다. 대표팀에 가면 K리그에 관심을 보이는 선수들이 있다. 그들이 K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면 도와주고 싶다"라며 K리그 전도사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파로프의 소원은 월드컵에서 뛰어보는 것이다. 우즈벡은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에서 북한 원정 경기를 2-4로 패한 뒤 사므벨 바바얀 감독을 새로 선임하는 등 분위기 바꾸기에 나서고 있다. H조에서 북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바바얀 감독과는 원래 알던 사이다. 서로 신뢰를 하고 있다. 나는 우즈베키스탄 사람이다. 대표팀에서 부르면 가야 한다"라며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못 가 아쉬웠고 지금도 힘들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목적의식은 강하다. 반드시 가고 싶다"라고 욕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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