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이 감바 오사카(일본)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회심의 승부수로 선보였던 측면 수비수 최철순(전북 현대)의 중앙 미드필더 겸 중앙수비수 변신이 또 성공했다.
전북은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0라운드 FC서울과의 홈 경기를 치렀다.
이날 승부는 오는 16일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앞두고 있는 전북에 상당히 중요했다. 지난 9일 울산 현대전에서 0-2로 패해 분위기가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서울전 승리를 통해 상승세를 타야 오는 16일 감바와 원정경기도 좋은 흐름을 보일 수 있다.
승리를 위해 최강희 감독은 서울의 공격부터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 최철순을 다시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 서울의 골잡이 아드리아노 봉쇄에 나섰다.
이는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감바의 간판 골잡이 우사미 다카시를 방어할 때와 똑같은 방법이었다. '최투지'라는 별명답게 최철순은 우사미를 껌처럼 붙어다니며 괴롭혔고, 우사미의 경고를 유도해냈다. 우사미는 경고 누적으로 전북과 2차전에 나서지 못해 전북은 큰 부담을 덜었다.
허를 찔린 감바의 하세가와 겐타 감독이 "최철순의 중앙 미드필더 변신을 전혀 예측 못했다"라며 전술 싸움에서 패했음을 시인할 정도였다.
최 감독은 이날 아드리아노 옆에 최철순을 붙였다. 공격 2선에서 아드리아노에게 연결되는 볼은 무조건 잘라내는 것이 임무였다. 브라질 출신 아드리아노의 성질만 돋우면 공격을 둔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전북의 의도는 성공했다. 아드리아노가 볼을 잡으면 최철순은 몸을 날려 막아내는 등 특유의 악착같은 수비를 보여줬다. 답답한 아드리아노를 향해 지능적인 파울로 흐름을 끊기도 했다. 두 선수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에 고형진 주심이 구두로 경고를 할 정도로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최강희 감독은 "서울이 공격적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라며 조바심을 유도하는 카드를 던지겠다고 예고했다. 결과적으로 최철순이 아드리아노를 꽁꽁 막으면서 전북의 공격이 수월해졌고 이동국과 이재성이 연속골을 넣으며 경기를 수월하게 3-0 승리로 이끄는 효과로 이어졌다.
답답해진 서울이 윤주태, 몰리나 등 공격 2선을 교체하며 아드리아노 지원 사격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전술적으로 완승을 거둔 최강희 감독이다.
전북은 서울전 승리와 동시에 챔피언스리그 2차전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 두 경기에서 최철순의 변신 성공으로 그에게 계속 상대 골잡이 봉쇄 특명을 내릴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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