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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하는 슈틸리케호 1년, 무엇이 더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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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체제 확립-신뢰 형성 등 의미 커, 전술적 유연성-강팀 검증 필요

[이성필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은 지난해 10월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을 통해 한국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9일 레바논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까지 총 20경기를 지휘해 14승 3무 3패, 35득점 8실점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20경기 가운데 무실점 경기가 15경기나 된다.

기록만 살펴보면 슈틸리케 감독의 1년은 상당히 좋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아시안컵과 동아시안컵 등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과 싸운 경기가 많았고 코스타리카 정도를 제외하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0위권 밖의 팀들이 대부분이어서 한국축구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논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표팀에 승리 DNA를 심어줬다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대표팀은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 1무 2패의 참담한 성적을 안고 신뢰 회복과 실력 향상이라는 중요한 과제에 직면해 있었다. 단기간에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경쟁력을 회복하기는 힘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차분하게 자신만의 계획을 세웠다. 부임 후 4번의 A매치를 통해 한국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12월 제주 서귀포 전지훈련을 통해 K리거들을 대거 불러모아 옥석 고르기에 나섰다. 이후 아시안컵에서 준우승 성과를 냈고 연이은 A매치를 통해 해외파와 국내파 선수들 사이의 거리 좁히기에 애썼다.

8월 동아시안컵에서는 가능성만 봤던 K리거들의 재능을 확인하는 성과를 냈다. 이후 라오스, 레바논과의 두 차례 월드컵 예선에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연승을 거뒀다. 약체에 덜미를 잡히는 등 망신을 당했던 과거의 아픔을 완벽하게 지워버렸다는 것이 중요했다. 레바논 원정에서는 1993년 이후 22년 만에 승리하며 징크스를 날려버렸다.

축구 전문가들의 시선도 비슷하다. 박문성 SBS(서울방송) 해설위원은 "가장 큰 것은 브라질월드컵 종료 후 한국 축구의 분위기가 침체됐는데 이를 극복했다는 것이다"라며 슈틸리케의 지도력으로 인해 한국 축구를 향한 믿음의 시선이 다시 생겼다고 강조했다.

K리거 출신 SPOTV(스포티비) 김태륭 해설위원은 "대표팀의 내부 공기가 바뀐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국내 리그에서 잘 하면 대표팀에 올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특별한 전술가는 아니지만,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 세련됐다. 선수들도 슈틸리케 감독을 존경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표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선수층이 두꺼워진 것도 긍정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 클래식, 챌린지(2부리그)는 물론 대학, 유소년 리그 등 한국 축구의 시스템을 모두 들여다보며 선수 성장 과정을 확인하고 가능성 있는 자원을 대거 발굴했다. 과거 외국인 감독들이 K리그도 제대로 보지 않고 해외파 선수들에게 의존적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이정협(상주 상무), 이재성(전북 현대), 권창훈(수원 삼성) 등은 이런 분위기 속에 발굴된 소중한 자원들이다. 특히 발탁 당시 2부리그 선수였던 이정협의 과감한 기용은 클래식에서 뛰어야만 대표팀에 들어간다는 고정 관념을 깼다.

KBS(한국방송) 한준희 해설위원은 "이전보다 젊고 컨디션도 좋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와서 팀의 역동성이 좋아졌다. 새로운 선수들을 통해 대표팀에 대한 동기부여에도 성공했다"라고 평가했다.

SBS 장지현 해설위원도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 선발에 있어 코칭스태프의 의견도 많이 듣는 것 같다. 완전히 새 얼굴로 물갈이를 한 것도 아니고 기존 선수들과 적절하게 융화시켰다.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라고 평가했다.

일단 10월 쿠웨이트, 11월 라오스, 미얀마 등 월드컵 예선은 계속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새로운 선수 찾기에 골몰하면서도 현재의 틀에서 조금씩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강팀과의 평가전을 자주 잡겠다고 대한축구협회가 선언을 한 상황이니 질적인 검증이 제대로 이뤄질 전망이다.

장지현 위원은 "2차 예선 종반부터는 선수단과 전술적인 윤곽이 갖춰지지 않을까 싶다. 최종 예선부터 진짜 검증을 받을 것 같다"라며 슈틸리케호의 본격적인 행보는 이제부터라고 강조했다. 김태륭 위원도 "대표팀의 기본 골격은 만들어졌다. 예선을 치르면서 팀이 발전하는 과정을 거치면 더 나아지리라 본다"라고 평가했다.

전술적으로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어 있다. 특정 감독 하면 '패싱 축구'가 떠오르는 것과 같은 무엇인가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다만, 4-2-3-1 포메이션에 기반을 둔 안정 지향적인 전술 전개에서 4-1-4-1에 역삼각형 미드필드 구성으로 전술적 유연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의미가 있다. 상대팀에 따라 맞춤형 대응 방법을 구사한다는 이야기다.

박문성 위원은 "꼭 어떤 축구라는 식의 도식화가 있어야 하는가"라고 반문을 한 뒤 "감독이 포지션마다 어떤 성향의 선수를 활용했는지 보면 전술을 알 수 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싸움이다. 점수를 매기지 말고 준비 과정으로 봐야 한다"라며 슈틸리케만의 색깔이 없다고 단정 짓는 분위기를 경계했다.

한준희 위원은 "근본적으로는 지지 않는 축구를 하는 것 같다. 4-2-3-1, 4-1-4-1 포메이션에 따른 전술을 상대와 상황에 상관없이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 월드컵 본선까지 시간이 있으니 더 발전되리라고 본다"라고 기대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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