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좌완 불펜 요원 윤지웅(27)은 올 시즌 저평가된 선수 중 한 명이다. 부진한 팀 성적에 가려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윤지웅의 올 시즌 성적은 2승1패 8홀드 평균자책점 4.27. 언뜻 보기에 평범하기 그지없는 성적이다. 하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금같은 활약을 펼쳤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LG 마운드에서 윤지웅의 역할은 사실상 원포인트 릴리프다. 그러다보니 많은 경기에 얼굴을 비출 수밖에 없다. 총 63경기에 등판한 윤지웅은 최다 등판 리그 전체 5위에 올라 있다. LG가 119경기를 치렀으니 2경기 중 한 경기에는 꼬박꼬박 윤지웅이 마운드에 오른 셈이다.
역할이 대부분 원포인트 릴리프에 한정돼 있다보니 투구 이닝은 많지 않다. 63경기에서 총 46.1이닝을 던졌다. 그러나 마운드에서 던지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서는 불펜에서 몸을 풀어야 한다. 윤지웅의 경우 거의 매일 불펜에 대기했다고 보면 된다.
세부 기록도 출중한 편이다. 윤지웅은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1.14, 피안타율 2할2푼3리를 기록 중이다. 이는 팀 내에서 가장 좋은 축에 속한다.
LG 투수 중 WHIP가 윤지웅보다 낮은 선수는 신승현(1.13)뿐이고, 피안타율 역시 신승현(0.200)과 임지섭(0.174) 다음으로 낮다. 신승현의 투구 이닝이 32이닝에 불과한 점, 임지섭이 볼넷을 남발해 피안타율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윤지웅의 세부 지표는 팀 내 불펜 투수 중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불펜 투수를 평가하는 또 다른 기록인 기출루자 득점 허용(승계주자 실점) 부문에서도 윤지웅은 좋은 성적을 남기고 있다. 리그 전체 2위인 총 59명의 주자를 넘겨받아 그 중 11명의 득점만을 허용했다. 기출루자 득점 허용률이 1할8푼6리로 수준급.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최고의 불펜 투수로 꼽히는 SK 정우람의 경우 58명의 주자를 물려받아 그 중 8명의 득점을 허용(0.138)했다. 윤지웅이 정우람보다 3명을 더 홈으로 들여보냈을 뿐이다.
그럼에도 윤지웅은 '안정적이다'라는 이미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원포인트 릴리프의 한계다. 한두 타자만을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하기 때문.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것보다는 안타나 볼넷을 내주고 강판하는 모습이 밖에서 보는 이들의 인상에는 훨씬 강하게 남는다.
윤지웅도 그런 부분을 아쉬워하고 있다. 자신의 역할이 가진 한계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윤지웅은 올 시즌이 끝난 뒤 구속 향상에 초점을 맞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 시즌 시속 140㎞ 초반대에 머무른 구속을 140㎞ 중반대까지 끌어올린다면 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윤지웅은 "아직 젊은 나이인데 원포인트 릴리프 역할에 만족할 수는 없다"며 "감독님, 코치님이 나를 믿고 많은 이닝을 맡기실 수 있도록 올 시즌이 끝나면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구속을 올리는 것이 그 중 하나"라고 벌써부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올 시즌 LG가 좋은 성적을 냈다면 윤지웅의 소금같은 활약상도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LG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서 '마당쇠'처럼 마운드에 오른 윤지웅의 가치도 평가절하되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윤지웅은 꿋꿋하게 스스로를 발전시킬 방법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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