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두산 베어스의 후반 약진을 두 거구의 왼손타자가 이끌고 있다. 팀이 꼭 필요할 때 왼손 타석에서 터져나오는 장타 덕에 두산은 크게 웃고 있다.
두산에는 현재 두 명의 4번타자가 있다. 그간의 3번타자 이미지에서 벗어나 힘있는 '클린업 히터'로 새롭게 부상하는 김현수와 하위타선의 4번타자로 필요할 때 큰 타구를 쏘아올리는 오재일이다. 특히 이들은 8월 한 달 간 괴력을 선보이며 팀 타선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개인 3번째 20홈런을 눈앞에 둔 김현수는 파워히터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단계를 밟고 있다. 지난 한 주간 3개의 홈런을 때려냈는데, 그 가운데 2개가 잠실의 백스크린을 강타하는 대형홈런이었다. 지난달 26일 잠실 롯데전서 0-1로 뒤진 4회말 1사 1,3루서 상대 선발 박세웅으로부터 잠실구장에서 가장 깊은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역점 3점포를 쏘아올렸다. 비거리 130m로 기록된 대형 홈런이었다.
가장 최근 경기인 지난달 30일 잠실 한화전에서도 김현수의 파워는 한껏 빛났다. 팀이 2-4로 뒤져 패색이 짙던 8회말 1사1루서 한화 마무리 권혁을 상대로 역시 잠실의 백스크린을 직격하는 동점 투런홈런을 쏘아올렸다. 역시 비거리는 130m였다. 김현수의 홈런 2방은 모두 경기의 모멘텀이 두산으로 이동하는 효과로 작용했고, 결국 두산은 두 차례 모두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한 주간 3개의 홈런을 기록한 김현수는 1개만 더 쏘아올리면 지난 2009년(23개)과 2010년(24개)에 이어 5년만에 20홈런타자로 발돋움하게 된다. FA 시즌을 맞아 최고의 순간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가고 있는 셈. 마티 브라운 워싱턴 내셔널스 환태평양 스카우트 총괄 책임자는 "전반적으로 뛰어나다. 잡아당기는 타격을 아직 유심히 관찰하지 못했지만 전체적인 타격능력이 무척 좋다"고 평했다. 이번 겨울 실제로 해외진출이 이뤄질지는 두고봐야 하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 구단들의 눈길을 잡아 끌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두산의 4번타자 고민을 한꺼번에 덜어주고 있는 그는 "이길 수 있는 타점을 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타순에 관계 없이 9번타자로 나서더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순위에 신경쓰기보다 닥친 경기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재일은 8월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신데렐라 스토리를 썼다. 8월 한 달 간 12경기서 4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린 그는 특히 지난달 30일 잠실 한화전서 소금같은 홈런포로 팀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1-4로 두산이 끌려가던 7회말 그가 터뜨린 추격의 솔로포가 아니었다면 결과가 어땠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오재일이 좌완 김기현을 상대로 쏘아올린 우월 솔포홈런 덕분에 두산 덕아웃에선 반격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 기운이 다음 이닝 김현수의 동점 투런포로 연결됐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7월 15경기서 타율 3할3푼3리 4홈런 11타점을 기록한 오재일은 8월 12경기서도 타율 3할 4홈런 10타점으로 여전했다. 시즌 9홈런 가운데 8개를 올스타 휴식기 이후 21경기서 몰아쳤다. 옆구리 부상으로 한동안 '강제 휴식'을 취해야 했지만 복귀 후에도 그의 방망이 감은 여전하다. 오재일은 요즘 7번 또는 8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하위타순의 중심타자로서 쉽게 피해가기 어려운 역할을 맡고 있다. 타순에 관계 없이 그가 라인업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팀 타선에 미치는 영향이 무척 크다. 라인업의 무게감이 확연히 달라진다.
두산은 올스타 휴식기 이후 34경기서 37개의 홈런을 쏘아올렸다. 넥센(54개), kt(45개) 다음으로 많은 홈런을 쳐냈다. 이 가운데 김현수와 오재일은 나란히 8개씩 대포를 기록했다. 리그 전체로는 공동 8위에 해당한다. 후반기 팀 전체 홈런수의 43%를 합작했다. 김현수·오재일, 두 왼손 거포가 넘치는 파워로 두산의 최근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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