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다문화 가정의 희망이었던 강수일(28, 제주 유나이티드)이 두 번째 임의탈퇴로 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았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25일 강수일의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구단 규정 및 계약사항에 따라 임의탈퇴 공시를 한다고 발표했다.
임의탈퇴는 제주 유나이티드 구단이 내린 최고의 제재 조치다. 계약 기간이 종료돼도 제주에서 임의탈퇴를 풀지 않으면 강수일은 국내 다른 팀과 계약할 수 없다. 비선수활동도 정지되고 연봉도 지급되지 않는다. 선수 생활이 불가능한 조치다.
강수일은 지난 5월 도핑테스트 양성반응으로 프로연맹에서 15경기 출전 정지, 대한축구협회에서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올해 말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해 깊은 반성과 자숙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강수일은 징계 중인 지난 24일 새벽 경기도 의정부에서 고교 동창 이 모 씨와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 사고를 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는 이 모 씨가 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다가 거짓말로 들통이 나 더욱 큰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결국, 제주 구단은 이번 사안이 사회적인 기준에서 벗어난다고 판단해 임의탈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구단에서 휴가를 준 상황에서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치명적인 상황이 됐다.
강수일은 전화기를 꺼놓고 구단은 물론 외부와의 연락도 차단했다. 24일 오후 늦게 구단에 죄송하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민하던 제주는 임의탈퇴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냈다.
제주 구단 고위 관계자는 "강수일에게 자숙의 의미로 휴가를 준 상황이었다. 음주운전은 생각지도 못했다. 고민을 거듭했고 임의탈퇴를 결정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임의탈퇴를 철회할 생각이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지난 2010년, 당시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이었던 강수일은 음주 후 일반인과 폭행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다. 팀 동료와 음주를 하다가 경찰이 출동했고 이 일로 인해 임의탈퇴 처분을 받았다. 2011년 제주가 강수일을 영입하면서 임의탈퇴가 풀려 선수 생명을 이어갔다.
그동안 강수일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제2의 강수일이 되기를 꿈꾸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를 위해 사회봉사 활동도 자주 하는 등 의식 있는 선수로 평가받아왔다. 연습생 출신으로 국가대표까지 오른 노력형 선수였다.
지난 5월에는 A대표팀에도 선발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중앙 공격수 기근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강수일은 한국대표팀과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도핑 파문으로 A매치를 소화해보지도 못하고 대표팀이 원중 중이던 말레이시아에서 중도 귀국하는 쓴맛을 봤다. 그런데 또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것이다.
현 상황에서 강수일에게는 뾰족한 수도 없어 보인다. 불구속 입건된 상황이라 그야말로 축구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강수일 스스로 무거운 짐을 지고 뼈를 깎는 반성을 하면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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