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다음에 북한을 만나면 자신감 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자 축구대표팀은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여자 동아시안컵에서 북한에 0-2로 패하며 우승 기회를 날렸다. 2005년 이후 10년 만의 우승을 눈앞에 뒀지만, 역대 전적에서 1승1무14패인 북한 넘기는 그야말로 힘든 일이었다.
경기가 종료된 뒤 누구보다 아쉬웠던 인물은 정설빈(25, 현대제철)이었다. 이날 정설빈은 골포스트를 강타하는 슈팅을 하는 등 공격적인 능력을 보여줬다. 강한 발목 힘을 앞세워 중국전에서 왼발로 골을 넣으며 한 방이 있음을 과시한 상황이었기에 북한전의 불운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주심의 호각이 울리자 하늘을 올려다보며 주저앉아 준우승의 쓴맛을 달랬다.
하지만, 정설빈의 성장을 통해 한국은 체격 조건이 월등한 박은선(이천대교) 부재 시 극복 방법이 충분함을 확인했다. 박은선은 장신에 제공권이 좋지만 한 번 부상을 당하면 회복이 늦다. 정설빈처럼 슈팅 능력이 좋은 선수가 원톱은 물론 측면 공격수까지 가능, 상대에게 부담을 주기에도 충분하다.
캐나다 월드컵에서 교체 선수로 주로 활약했던 정설빈은 동아시안컵에서 에이스로 성장했다. 중국, 일본, 북한이라는 거물 국가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정설빈은 "끝나고 아쉬움 남는 경기를 해서 마음에 두고 생각할 것 같다. 전반에 슈팅이랑 골대 맞은 것을 리플레이로 계속 봤는데 너무 아쉬웠다"며 '아쉬웠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래도 월드컵과 동아시안컵을 거치면서 정설빈은 자신의 기량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그는 "(대표팀) 주전 경쟁은 어느 자리에나 있는 것이다. 이번 대회 말고도 다음 소집에는 좀 더 자신감을 얻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성장한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했다.
정설빈의 특기는 묵직한 슈팅이다. 프리킥도 잘 차는 편이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북한과의 4강전은 정설빈의 프리킥을 확인하는 경기였다. 묵직하게 골망을 흔들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무회전 중심으로 킥하는 선수의 영상을 많이 봤다. 임팩트가 다른 선수들보다는 좋아서 따로 슈팅 훈련 대신 자신 있게 시도해 남들보다 다르게 차는 것 같다"라며 특유의 털털함을 보여줬다.
좀 더 성장하고 싶은 정설빈의 욕구는 대표팀 경기를 더 많이 뛰고 싶은 것으로 이어졌다. 그는 "국내 선수가 아닌 해외 선수와 부딪히면 많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많이 경험하고 접한 뒤 WK리그에서 뛰면 리그 선수들도 발전할 것이다. 서로 경험한 것을 리그에서 펼쳐 보이는 것이 발전하는 길이라고 본다"라며 많은 A매치를 바랐다.
내년 2월 일본 오사카에서 예정된 2016 리우 올림픽 아시아 예선도 기다려진다. 단 2장의 출전권이 주어져 바늘구멍 통과하기 이상으로 어렵지만 과감하게 도전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보완할 점은 그렇게 없다고 본다. 결정력에서 (북한에) 졌다. 체력적인 부분은 날씨가 더워 그런 것이다. 자신감 갖고 부딪히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큰일을 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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