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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 in(人) 우한]④더위? 땀의 가치 보여주겠다는 이용재와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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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도 땀 줄줄, 오직 승리를 위해 견딜 뿐

[이성필기자]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취재를 위해 중국 우한에 입성한 지 벌써 닷새가 지나고 있습니다. '시간이 참 빨리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무섭게 하루가 금방 갑니다.

우한에 와서 가장 많이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기상예보와 현재 기온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미 여러 보도를 통해 우한의 '고온다습' 기후가 국내에도 잘 알려졌지만, 막상 직접 경험하니 참 대단합니다. 기자는 더위에 둔감한 편인데도 정말 사람 잡는 더위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숙소에서 대표팀 훈련장인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 보조구장까지 걷는 20여분 동안 땀으로 샤워는 기본입니다. 첫 날을 제외하면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하늘입니다.

우리 선수단의 기사를 송고할 때 꼭 빼놓지 않고 넣은 것이 훈련 또는 경기 시간의 기온과 습도입니다. 중국 기상 당국이 몇몇 현지 포털에 제공하는 정보를 비교해 참고하고 있습니다.

대표팀과 같이 입성한 첫날부터 3일까지의 기온은 이렇습니다. 조금은 시간 차이가 있어도 무서운 숫자를 볼 수 있습니다. 7월 31일 저녁 7시 영상 31℃ 습도 65%, 8월 1일 저녁 8시 영상 30℃ 습도 73%, 2일 저녁 8시 영상 30℃ 습도 82%, 3일 오후 5시 영상 37.5℃ 습도 60%.

모두 대표팀이 훈련과 경기를 한 시각 기준입니다. 고온과 습기를 이겨내며 중국전을 준비해 값진 승리를 얻었습니다. 선수들 개개인의 체감 차이는 있지만 분명 누구나 힘들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3일 오후 남자, 여자 선수단 모두 훈련을 시작하는 순간의 체감 온도는 42℃까지 치솟았습니다.

날씨 예보와 관련해 중국 취재진으로부터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중국 기상 당국의 발표에서 기온은 2℃, 습도는 10%를 더 추가하면 진짜 수치가 나온다는 겁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수치를 정상보다 낮춰 발표해야 국민이 조금이나마 안심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민심을 고려한 조치라는 것이죠.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 실제 한국 축구대표팀이 들고 다니는 온도, 습도계를 살피면 예보 이상의 기온과 습도가 측정됩니다. 앞으로 이어지는 일본, 북한전 경기는 해가 지지 않은 오후 6시 20분(현지 시간 기준) 시작이라 더욱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 시각의 기온은 평균 33℃로 나왔고요.

결국, 선수들의 의지와 투혼을 믿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셈이지요. 일본은 더위를 피해 오전에 훈련을 끝내는 등 특유의 조심스러움을 보여줬지만, 한국은 2, 3차전 경기 시간에 맞춰 훈련하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습니다. 독일 출신의 원칙, 합리주의로 무장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코칭스태프와 논의해 정했다는 점이라 더 놀랍습니다.

선수들은 말없이 땀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훈련 후 작게 만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선수들을 인터뷰하는데 훈련장에 샤워 시설이 없으니 대충 수건으로 닦아내지만 흘러내리는 땀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죠. 땀에 전 상태로 버스를 타고 40여분을 달려 숙소로 향합니다.

중국 버스는 한국보다 길이가 짧고 의자 폭도 좁습니다. 덩치 큰 선수들이 땀 범벅인 상태에서 냄새까지 섞여 이동하니 얼마나 힘들까 싶습니다. 그나마 모두가 뛸 기회를 얻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악조건을 감내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훈련을 마치고 나오는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를 붙잡고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의 발 아래는 땀으로 흥건했습니다. 파주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서 똑같이 훈련 후 인터뷰를 할 때는 땀이 적게 떨어지는데 그야말로 폭포수처럼 땀이 쏟아지니 더위가 사람 잡겠다는 말이 딱 맞다 싶었습니다.

이용재는 중국전에서 후반 33분에 나와 12분 정도를 뛰었습니다. 일본 2부리그에서 뛰고 있는 그는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보여주고 싶다는 욕구가 상당합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지만 골 넣지 못하는 공격수라며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쓴맛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용재가 불볕더위에서 흘리는 땀의 가치는 더욱 높아 보입니다. 그는 "한국, 일본과 다르게 밤 경기인데도 속이 답답하고 습한 것이 느껴지더라"며 악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싶다고 소리쳤습니다.

비단 이용재만 그럴까요, 23명 대표선수 모두 우한의 살인 더위에 아랑곳않고 한 발 더 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여자 선수들은 오른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중도 귀국한 심서연(이천대교)을 위해 정신 무장을 더 단단히 했습니다. 감기에 걸릴까 숙소에서 에어컨도 제대로 틀지 못하고 더위와 싸우며 진정한 땀의 가치를 온몸으로 보여주려는 대표팀에 격려 한 스푼은 사치일까요.

조이뉴스24 우한(중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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