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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일 무홈런' 구자욱, 긴 침묵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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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24일 이후 '똑딱이' 변신…타순 변화 따른 '맞춤형 타격' 결과

[김형태기자] 올 시즌 신인왕을 향해 달려가는 구자욱(22, 삼성)의 방망이가 매섭다. 3일 현재 타격 3위(0.350) 출루율 10위(0.417) 장타율 12위(0.540)에 랭크돼 있다. 개막 전부터 주목할 신인으로 여러차례 거론됐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다. 초반부터 조금씩 두각을 나타낸 그는 여름 들어 불꽃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6월 이후 출전한 42경기서 타율 4할2푼4리 OPS 1.092로 'MVP급 성적'을 올렸다. 올 시즌 출전한 91경기의 36%인 33경서 2안타 이상을 쳤다. 시즌 OPS가 0.967에 달한다. 속단은 물론 금물이지만 지금까지 모습만 놓고 보면 마치 '타격머신'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흠잡을 데 없는 구자욱의 성적에서 한 가지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바로 침묵하고 있는 홈런포다. 지난 6월24일 이후 41일 동안 구자욱은 단 한 개의 타구도 담장 밖으로 넘기지 못했다. 이 기간 동안 기록한 안타 45개 가운데 11개의 2루타가 포함돼 있을 뿐 홈런은 전무하다.

앞서 6월23일까지 출전한 64경기서 홈런 9개를 쏘아올린 것과 큰 차이다. 구자욱은 3∼4월과 5월, 6월까지 매달 3개씩 잊지 않고 홈런을 기록했다. 구자욱의 홈런 침묵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컨택트에 집중하면서 풀스윙을 자제하느라 파워가 줄었다는 분석, 여름 들어 힘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초반 홈런 페이스를 감안할 때 시즌 20홈런도 가능해 보였지만 지금으로선 요원해 보인다.

갑작스런 홈런포 침묵에 대해 삼성 측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류중일 감독은 기본적으로 구자욱은 홈런 타자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달 31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구자욱은 스윙궤도상 홈런을 양산하기 힘든 타자"라며 "이승엽이나 최형우, 박석민 등 홈런타자들은 아래에서 위로 퍼올리는 스윙을 하는데 반해 구자욱은 평면으로 나가는 스윙"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양산하는 중장거리형으로 봐야지 많은 홈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였다. 그는 "이병규(9번)나 박용택(이상 LG)과 비슷한 유형으로 보면 되겠다"면서 "홈런타자도, 그렇다고 단타형도 아닌 중장거리형으로 보는 게 가장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큰 키와 긴 다리, 그리고 좌타 외야수. 외형적으로도 구자욱은 '대선배'들인 이병규·박용택의 젊은 시절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이들은 외야의 우중간과 좌중간을 가르는 장타(gapper)를 쳐내고 빠른 발을 이용해 다이아몬드를 휘젓는 호타준족이었다. 하지만 이병규는 시즌 30홈런(1999년)을 기록한 적이 있고, 박용택은 두자릿수 홈런을 9차례나 기록한 슬러거이기도 하다. 36세가 된 올해에도 박용택은 84경기서 13개의 타구를 홈런으로 연결했다.

구자욱도 힘이 붙고, 경기 경험이 더해지면 홈런의 갯수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은 충분한 셈. 다만 최근 주로 1번타로 나서는 점을 감안할 때 올 시즌에는 좀 더 정교한 타격과 출루에 비중을 둘 계획이다. 무엇보다 나바로. 최형우, 이승엽, 박석민 등 중심타선에 홈런타자가 즐비한 만큼 자신까지 홈런에 욕심을 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올 시즌 1번타자로 나선 88경기서 구자욱은 타율 4할3푼2리 '무홈런' 18타점을 기록했다. 9개의 홈런은 2∼7번타자로 기용될 때 쳐낸 것이다.

실제로 홈런 침묵이 이어진 6월24일 이후 기록한 129타석 가운데 72%인 93타석에서 그는 1번타자로 나섰다.

구자욱의 긴 '홈런 침묵'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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