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국제 스포츠 대회에 나서는 북한은 종목에 상관없이 선수들이 늘 경직된 자세로 인터뷰에 응하는 편이다. 이는 지도자라고 예외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질문이 이상하면 모른척을 하고 다른 대답을 하기 다반사다.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에 나선 북한 축구대표팀은 어떨까, 지난달 31일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의 뻣뻣한 자세는 여전했다. 취재진 질문에서 국가 명칭에 '북한'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통역관이 바로 손을 들고 가로막으며 "정확한 명칭을 해달라"며 인상을 썼다.
김창복 북한대표팀 감독에게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국가에 대한 전력 분석과 인상 등을 물어도 중국과 일본만 이야기할 뿐 한국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고 넘어갔다. 바로 옆에 있던 주장 한성혁(횃불)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나 따로 만난 선수들은 달랐다.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하며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까지 넘겠다는 각오를 마음대로 표현했다. 훈련 종료 후 취재진이 원하는 선수를 되도록 만나게 해야 한다는 EAFF의 권고도 통했다. 물론 권고를 무시하고 훈련장을 떠나면 되지만 예상외로 인터뷰에 잘 응해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훈련 종료 후 믹스드존에 등장한 김영광(횃불), 서경진(소백수)은 복수를 이야기했다. 특히 한국에 대한 복수심이 대단했다. 한국과는 오는 9일에 경기를 할 예정인데,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김영광과 서경진은 모두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북한 대표선수로 나섰던 인물이다. 한국과 결승전에서 연장 종료 직전 임창우(울산 현대)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해 금메달을 놓쳤던 기억이 있다.
서경진은 "이번 대회 목표는 1위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남한에 패했는데 이번에 꼭 복수하겠다"라며 이를 갈았다. 이어 "남한은 우리보다 기술이 좋다. 정신력에서 우리가 졌다"라며 깨끗이 결과를 인정했다.
북한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초반 2경기 2연승을 자랑했다. 예멘 원정과 우즈베키스탄을 홈에서 모두 이기며 1위를 달리고 있다. 김영광은 "다들 우즈베키스탄과의 통쾌한 경기를 봤갔죠? 이번에도 다시 보여주겠다"라며 다부진 대답을 했다.
더 강력한 발언도 나왔다. 그는 "빨치산 공격 전법으로 싸우면 무조건 승리가 가능하다. 우리 팀은 육체나 기술이 아닌 정신력을 바탕으로 하는 팀이다"라며 더 강력해진 북한 축구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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