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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원더걸스, 변신이 아니라 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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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음악을 할 수 있는 기틀 마련

[정병근기자] 박진영은 그간 소속 가수들이 당장의 인기보다 오래 음악을 하는 가수가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수차례 내비쳐 왔다. 원더걸스의 밴드 변신은 단순한 변신이 아니라 오래 음악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짐과 동시에 아이돌그룹이 음악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다.

국내 가요계에서 인기를 끈 걸밴드를 꼽으라면 여전히 1998년 데뷔한 한스밴드가 대표적이다. 댄스 위주의 걸그룹 시장에서 몇몇 걸밴드가 등장하긴 했지만 '역시 섹시가 최고'라는 사실만 재확인시켜줬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원더걸스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형 그룹'이라고는 하지만 걸밴드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던 AOA가 섹시 댄그룹으로 변신한 뒤에야 인기를 얻기 시작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밥, 타픽도 걸밴드로 가요계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아직까진 반응이 신통치 않다.

그래서 원더걸스가 4인조 밴드로 재탄생했다는 JYP엔터테인먼트의 발표는 놀라웠다. 걸밴드의 길이 댄스그룹보다 험난하기도 하지만 AOA처럼 밴드에서 댄스그룹으로 변신한 경우는 있지만 정점을 찍은 댄스그룹이 밴드로 나타난 경우는 없었다.

원더걸스의 밴드 도전은 꽤 진지해 보인다. 최근 공개된 멤버별 티저 영상을 보면 악기를 든 예은, 혜림, 선미, 유빈의 연주 실력이 만만치 않다. 꽤 오랜 시간 준비를 해왔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이전의 원더걸스가 아닌 완전히 새로 태어난 원더걸스였다.

키보드 연주를 맡은 예은은 감성적이면서 감미로운 멜로디를 이어나가다 후반부에 화려한 테크닉으로 웅장한 사운드를 들려줬고, 혜림은 리드미컬한 기타 연주를 꽤 괜찮게 소화했다. 유빈의 드럼 연주는 다이내믹했고, 선미의 베이스 연주도 자연스러웠다.

원더걸스는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복고와 섹시를 접목시켰다.

장르는 달라졌지만 복고는 원더걸스에게 가장 잘 어울리고 또 가장 잘 해왔던 콘셉트다. 원더걸스는 헤어와 메이크업 등 전반에 걸쳐 복고풍 느낌의 단체 사진을 통해 80년대 레트로풍 음악을 강조할 것임을 암시했다.

섹시 요소도 빼놓을 수 없다. 단체 사진에서 검은색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것도 그렇지만 그에 앞서 멤버별 티저영상에서 연주 실력 못지않게 눈에 띈 부분이 바로 퍼포먼스다. 등이 파인 드레스부터 탱크톱 그리고 관능적인 눈빛과 몸짓 등으로 섹시한 매력을 드러냈다.

8월3일 새 앨범 '리부트(REBOOT)'를 발표하는 원더걸스는 앨범명처럼 정말 새로운 시작이다. 원더걸스는 밴드로 변신하면서 전혀 다른 원더걸스로 재탄생했다. 반면 멤버 구성을 원더걸스 안에서 재편했고 원더걸스의 색깔인 복고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정체성을 지켰다.

수준급의 악기 연주 실력과 함께 멤버들이 타이틀곡을 제외한 전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는 것에서 음악적인 성장도 가늠해볼 수 있다.

지금이야 어느정도 익숙해졌지만 원더걸스는 2008년 당시만 해도 무모한 도전으로 보였던 미국 시장에 진출해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에 집입하는 족적을 남겼다. 밴드로 재탄생한 원더걸스는 성공 여부를 떠나 7년 전과 마찬가지로 선구자고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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