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초반 부진을 이겨내고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FC서울에는 골 좀 넣을 줄 아는 선수들이 제법 있다.
지난 22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FA컵 8강전에서 두 골을 넣은 박주영은 서울이 부활을 그토록 기다렸던 인물이다. 박주영이 최전방에서 살아주면 2선 공격진까지 연계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주영은 오른 무릎이 완전치 않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름 석자로 상대에게 주는 위압감이 있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에서는 몰리나가 분발하며 박주영의 역할을 대신했다.
이날 몰리나는 박주영과 심제혁 투톱 아래에 배치돼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했다. 이따금 슈팅 기회가 오면 과감하게 시도해 인천 수비를 흔들었다. 인천은 뒤로 물러서서 몰리나의 패스를 잘라내는데 집중했다.
몰리나의 활약은 서울 입장에서도 중요했다. 2009년 성남 일화를 통해 K리그에 입문해 강력한 왼발로 골과 도움을 양산해온 그가 제 몫을 해줘야 후반기 순위 경쟁에서 선두권 추격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몰리나는 2012년 19도움으로 K리그 한 시즌 최다 도움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4년 불의의 부상으로 3도움에 그쳤지만 공격 전개 과정에서 몰리나의 역할은 늘 중요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방출설이 돌기도 했지만 서울은 그에게 믿음을 보여줬다.
이날 인천전에서 몰리나는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후반 19분 고광민이 오른쪽 측면에서 연결한 볼을 페널티지역 안에서 잡아 왼발로 슈팅해 선제골을 넣었다. 슈팅 각도로 본다면 오른발로 낮게 깔아차는 것이 더 나았지만 몰리나는 장기인 왼발로 골을 터뜨렸다.
이미 60(골)-60(도움) 클럽에 가입한 몰리나는 70-70 클럽에 도전하고 있다. 이날 골로 통산 67골 62도움이 됐다. 그야말로 균형잡인 기록이다.
그런데 몰리나가 가슴을 쓸어내린 장면도 있었다. 33분 위험지역에서 권완규를 밀어 페널티킥을 허용한 것. 다행히 골키퍼 유상훈이 선방하면서 서울은 실점 위기에서 벗어났다.
리드가 유지되자 다시 힘을 낸 몰리나는 37분 박주영의 두 번째 골에 출발점 역할을 했다. 몰리나의 전진패스를 받은 윤주태가 페널티지역 중앙으로 깔아 찼고 수비수에 맞고 굴절된 것을 박주영이 밀어넣었다.
몰리나의 왼발은 화려한 춤을 췄다. 덕분에 서울도 2-0으로 인천을 완파하고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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