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최문식 대전 시티즌 감독은 28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외국인 선수 아드리아노에게 주장 완장을 채웠다.
올 시즌 대전의 주장은 미드필더 안상현이다. 그러나 안상현은 작은 부상으로 이날 경기에 결장했다. 다른 국내 선수에게 주장을 맡길 수도 있었지만, 최 감독은 아드리아노에게 캡틴의 책임을 부여했다.
브라질 출신의 아드리아노는 평소 훈련을 게을리하는 등 여러가지로 속을 썩여왔다. 지난해 챌린지(2부리그)에서 무려 27골을 넣으며 에이스 역할을 해낸 데서 생긴 자유로움이었다. 대전이 클래식으로 승격한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일본 동계훈련도 팀과 함께하지 못해 스스로 몸을 만들어야 했다.
그나마 올해 클래식 무대에서 뛰면서 어느 정도의 책임 의식이 생겼다고 한다. 산토스(수원 삼성), 에닝요(전북 현대) 등 동향 출신들의 활약에다 팀이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자극도 있었다. 17경기에서 7골 1도움을 기록한 아드리아노는 빈곤한 대전 공격력에 그나마 중심을 잡고 있다.
최문식 감독은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주장을 할 사람이 없어서 (아드리아노에게) 맡겼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선수단이 전체적으로 워낙 어리니 누구에게 주장을 맡겨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주장 완장을 맡겨) 책임감을 부여하면 자기 경기력도 업그레이드되고 힘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은근히 아드리아노의 활약을 기대했다.
아드리아노는 외롭다. 히칼딩요와 사싸는 계약 해지가 됐다. 이는 아드리아노 역시 언제든지 교체 가능하다는, 최 감독의 보이지 않는 신호나 마찬가지다. 이날 주장을 괜히 맡긴 것이 아니다.
최 감독은 7월 이적 시장이 열리면 선수단 절반 가까이를 물갈이할 생각이다. 그는 "(이적 시장이) 백화점이었으면 좋겠는데 재래시장이다"라며 머리가 아프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드리아노도 부진하면 얼마든지 짐을 쌀 수 있다.
이날 인천전에 아드리아노는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골을 넣겠다는 집념이 강했는지 20세 이하(U-20) 월드컵대회 심판을 마치고 온 김종혁 주심에게 자주 화를 냈다. 김 주심은 아드리아노에게 적절히 구두로 경고하며 조심하라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결국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아드리아노가 19분 일을 저질렀다. 인천 김원식과 볼 경합 과정에서 팔꿈치로 가격해 쓰러트렸다. 김 주심은 지체없이 퇴장 명령을 내렸다. 아드리아노는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팔꿈치를 쓴 것은 숨기기 어려웠다.
아드리아노의 퇴장으로 인해 수적 열세에 몰린 대전은 전반 유성기의 슈팅 1개가 공격의 전부였다. 남은 시간은 수비하기에 바빴다. 결과도 대전의 0-2 패배. 최문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6경기 성적도 3무 3패로 아직 첫 승도 못했다. 아드리아노의 퇴장 하나가 꼴찌에서 허덕이는 대전의 힘을 더 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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