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하는 차두리(35, FC서울)에게는 '미안함'이 참 많다.
차두리는 지난 3월 뉴질랜드와의 국가대표팀 평가전을 치르는 것으로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숱한 영광과 감동을 남긴 채 차두리는 태극마크와 이별을 고했고, 수많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차두리는 아름답게 국가대표를 떠났다. 차두리도, 대표팀 코칭스태프 및 동료들도, 팬들도 만족스러운 이별이었다. 그런데 당시 차두리에게는 기쁨이나 뿌듯함보다 미안함이란 감정이 더욱 컸다. 차두리가 미안함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 자신은 은퇴를 앞둔 '노장'이기에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돌려줘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2015 호주 아시안컵 최종엔트리에 발탁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차두리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자신이 아닌 젊고 잠재력을 지닌 후배들이 대신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미안함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 그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차두리는 자신이 후배들의 자리를 뺏고, 후배들의 앞길을 막는다고 생각하며 미안해 했다.
차두리는 여전히 압도적인 피지컬을 앞세워 압도적인 경기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일찍 국가대표를 은퇴하고, 일찍 현역 은퇴를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때가 되면 물러나줘야 후배들이 치고 올라올 수 있고, 그 과정으로 인해 한국 축구도, FC서울도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차두리의 이런 미안함이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올스타전에까지 번졌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노장 선수가 현재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1위가 아닌 압도적 1위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4일, 올 시즌 K리그 올스타 팬 투표 중간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차두리는 10만2천713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차두리만이 유일하게 10만표를 넘었고 2위 포항 김승대(9만6천600표)에 큰 표 차로 앞서고 있다. 또 우측 수비수 부문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울산의 임창우(5만4천442표)와는 그 격차가 압도적인 상황이다.
차두리는 일단 기쁘다. 올스타 팬 투표 1위의 의미는 크다. 그만큼 차두리도 팬들의 사랑이 고맙다. 현역 마지막 시즌이기에 더욱 기쁘다.
차두리는 "올스타 팬 투표 1위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많은 표를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마지막 올스타전인데 1등을 달릴 수 있게 많은 표를 찍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유럽에서는 올스타전이 없다. 한국에서 처음 경험을 했고 즐겁고 뜻 깊은 자리였다. 다른 팀 선수들과 함께 어울려서 이야기 하고 시합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굉장히 행복했다. 올스타전에서 재미있는 모습, 즐거운 모습을 보여주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 또 이번 슈퍼매치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 저에게 투표를 해주신 분들에게 보답을 할 것"이라며 고마움과 기쁨을 동시에 드러냈다.
기쁨과 함께 차두리는 미안함이라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번에도 미안해 하는 대상과 이유는 같았다. 바로 후배들이었다.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달리는 것 역시 차두리는 후배들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차두리는 "내가 나이가 꽉 찬 상태에서, 은퇴를 앞둔 상황에서 후배들의 표를 뺏어 오는 느낌이 들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노장의 미안함은 끝이 없다.
차두리의 올스타 팬 투표 1위에 대해 최용수 서울 감독은 "은퇴를 앞두고 (차)두리가 최다득표를 달리고 있다. 의미가 크다. 두리의 일관성 있는 모습, 팀 동료를 배려하고 존중하고, 투혼을 발휘하고, 항상 꾸준한 이런 모습들이, 이런 감동들이 한 표 한 표 연결이 됐다고 생각을 한다"며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최 감독은 "(차)두리가 올스타전에서라도 한 골을 넣고 은퇴했으면 좋겠다. 간절하다. 이번 올스타전에서는 가능할 것 같다"며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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