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두 가수, 고유진과 장석현이 '복면가왕'을 통해 시청자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한 사람은 날카로운 고음으로 당대를 풍미했던 보컬, 또 한 사람은 트렌디한 혼성 그룹의 래퍼였다. 잊기는 아까웠던 출중한 실력의 가수, 그룹 활동에 둘러싸여 한 번도 제 노래 실력을 보여줄 수 없었던 과거의 래퍼가 연이어 '복면가왕'의 무대를 감동으로 물들였다.
복고 열풍을 일으켰던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무한도전-토토가)를 떠올리게 만든 1990년대 가수들의 등장이었지만, 어딘지 결이 달랐다. 혼자 무대에 올라 오롯이 자신의 노래로 무대를 물들인 추억 속 가수들의 등장이 시청자들에게도, 판정단에게도 묘한 감상을 남겼다.
14일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연출 민철기)은 두 출연자들이 대결을 펼치는 1라운드 경연을 그렸다. '엔드리스(Endless)' 등 강렬한 고음이 돋보이는 록발라드로 사랑받았던 플라워의 보컬 고유진은 '뚜껑열린 압력밥솥'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파송송 계란탁'에 패배한 그는 솔로곡인 이승철의 '오직 너뿐인 나를'을 부르며 가면을 벗었다. 시대를 풍미했던 실력파 보컬의 등장에 판정단은 충격에 빠졌다.
현재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고유진은 "'복면가왕'의 팬이다. 처음부터 나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가면에 가려져 있지만 그래서 더 희열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파리넬리'의 한 소절을 부탁받은 그는 특유의 목소리로 곡을 소화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후 이뤄진 인터뷰에서 고유진은 "아이돌 같다는 추측에 기분 좋았다"며 "다시 출연하게 된다면 다른 목소리로 좋은 무대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복면가왕' 판정단에 충격을 안긴 주인공은 고유진 뿐만이 아니었다. 숱한 히트곡을 남기며 1990년대 후반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혼성 그룹 샵의 래퍼 장석현이 꽁꽁 감춰둬야 해던 가창력을 가면 뒤에서 뽐낸 것.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별명을 받고 무대에 오른 그는 '어머니는 자외선이 싫다고 하셨어'에 패한 뒤 솔로곡인 이은미의 '녹턴'을 선보이며 가면을 벗었다. 노래를 시작하기 전 "아마 저의 정체를 맞추실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그의 실체에 더욱 시선이 쏠렸다.
가면을 벗은 그의 얼굴은 낯선듯 익숙했다. 노래를 부르다 얼굴을 공개하고 객석으로 눈을 돌린 뒤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홀로 이렇게 많은 청중 앞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처음이었을 그에겐 남다른 무대였다.
"사업을 하며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알린 장석현은 뛰어난 노래 실력을 숨기고 샵 활동 당시 래퍼로 활동했던 것에 대해 "혼성그룹의 경우 여성 분들을 거의 메인 보컬로 내세운다. 남자들이 랩을 해야 하는 구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무대에서 내려온 장석현은 "너무 좋다. 평생 소원을 이룬 것 같다"며 "'복면가왕' 팀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15년 묵은 때가 벗겨지는 것 같다. 뒤돌아서 가면을 벗는데 이래서 눈물을 흘리는구나 싶었다. 복받쳐 올랐다"고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또한 "나를 사람들에게 다시 새롭게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수로 인정받아야 한다기보다 샵에 장석현이라는 친구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혼자 다 하려니 힘들더라. (서)지영이와 (이)지혜가 고생 많았구나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복면가왕'에는 장석현과 고유진 외에도 개그맨 윤형빈과 리포터 출신 뮤지컬 배우 선우 등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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