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5월 2일 kt 위즈와 선수 9명을 주고 받는 4대5 대형 트레이드를 실시했다. 이 트레이드에 포함된 선수 중에는 박세웅(투수)도 있었다.
박세웅의 롯데행 소식이 전해진 다음 팬들을 비롯해 각종 야구 커뮤니티는 들썩였다. kt에서 최고의 유망주로 꼽힌 젊은 투수가 롯데 유니폼을 입은 사실만으로 기대의 목소리는 커졌다.
특히 롯데 팬들이 박세웅 영입에 큰 기대를 가진 데는 이유가 있다. 故 최동원과 염종석(롯데 투수코치)의 뒤를 이을 롯데 차세대 우완 에이스 후보가 바로 박세웅이었기 때문이다. 故 최동원과 염 코치는 각각 롯데의 1984,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故 최동원과 염 코치 이후 그 누구도 롯데의 우승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셋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안경을 착용하고 마운드에서 공을 던진다는 것이다.
박세웅의 가세로 롯데 선발진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롯데 합류 후 박세웅은 기대와는 먼 투구 내용을 선보이고 있다. 선발 기회를 몇 차례 가졌으나 부진했고 1군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가 지난 3일 다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시즌 초반 던졌던 모습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어떤 구종을 던지든 자신있게 공을 뿌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결과가 따라올 거라 본다"고 1군 복귀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박세웅은 kt에서 6경기에 나와 19개의 사사구를 기록했는데 롯데 이적 후 지금까지 출전한 5경기에서도 11사사구를 허용했다. 불안한 제구가 약점으로 꼽힌다.
그는 "좋았던 등판 경기를 생각하면 볼넷이 적었다"며 "볼넷 때문에 위기가 찾아왔다. 그 부분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박세웅을 곧바로 선발 로테이션이 다시 포함시키진 않았다. 중간계투로 투입하며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는 생각이다. 박세웅은 1군 엔트리에 빠져있던 기간 동안 퓨처스(2군)리그로 내려가지 않고 1군 선수들과 동행했다.
불펜 투구도 3차례 실시했다. 그는 "첫 번째보다 두 번째가 더 좋았다"며 "좋은 느낌과 감각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구와 함께 체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박세웅은 지난해 퓨처스에서 21경기에 출전해 9승 3패 평균자책점 4.12를 기록했다. 프로 경험을 한 셈이지만 퓨처스와 1군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박세웅은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며 "주변에서 대부분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팬들과 팀의 쏟아지는 기대가 부담이 됐을까.
그는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일단 내가 잘 던지는 게 급하다"고 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최동원, 염 코치처럼 박세웅도 쓰는 안경을 금테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박세웅은 "그럴 생각은 없다"며 "만약 금테 안경을 쓰고도 성적이 안좋다면 '따라해서 뭐하는 거냐'는 소리를 들을 것 같다. 지금은 아니다. 이대로 협찬 받고 있는 스포츠용 안경을 사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웃었다.
박세웅이 롤모델로 삼은 투수는 김광현(SK 와이번스)과 윤성환(삼성 라이온즈)이다. 그는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면서 우리팀 투수 선배들과 상대팀 투수들의 투구를 지켜봤다. 많은 공부를 했고 도움도 될 것 같다"며 "어떤 부분을 내가 바꿔야겠다는 것보다 투수 자체의 성향이 나와 많이 달랐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현재 박세웅의 가장 큰 고민은 '식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펴낸 공식 미디어가이드북에 따르면 박세웅의 몸무게는 75kg이다. 신장(183cm)에 비해 듬직한 체구는 아니다. 좀 더 몸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는 "엔트리에서 빠진 뒤 2kg정도 살이 쪘다"며 "먹는 게 가장 힘들었다. 염 코치님이 늘 곁에 계시면서 많은 걸 챙겨주셨다. 임재철 선배도 그랬다. 경기를 지켜보는 동안 군것질도 하고 식사 시간에 밥도 많이 먹었는데 체중이 생각보다 잘 안 늘어난다"고 아쉬워했다. 체계적인 식단 관리와 함께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이 필요하다.
염 코치는 박세웅에 대해 "그동안 투구 내용이 좋지 않다보니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걱정했다. 그는 "1군 엔트리에서 빠진 동안 가벼운 운동과 휴식을 함께해 체력을 많이 끌어 올렸다"며 "엔트리 제외가 단순히 부진 때문은 아니었다. 자신감 회복과 함께 체력과 정신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였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교정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차차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박세웅은 1군 엔트리에 복귀한 날 마운드에 바로 나갔다. 3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선발 구승민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출전했다.
그는 3이닝 동안 12타자를 상대했고 40구를 던졌다. 구자욱에게 솔로포를 허용, 1실점했지만 2피안타 3탈삼진을 기록했다. 등판 당시 1-7로 롯데가 삼성에게 끌려가고 있어 다소 김이 빠진 상황이었지만 박세웅은 앞선 등판 때와 달리 안정된 투구를 선보였다. 이제 프로의 맛을 보고 있는 박세웅에게는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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