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NC 다이노스는 올 시즌 예상 밖의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1군 진입 3년차로 외국인 선수, 선수 엔트리 등에서 신생팀에 대한 2년간의 혜택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NC는 13일 현재 18승16패를 기록하며 4위에 올라 있다. 김경문 감독은 "상대팀 전력이 좋지 않은 타이밍에 만나 덕을 봤다"며 겸손해 했다. 하지만 NC는 원종현의 시즌 전 이탈, 최근 김진성의 부상 등 불펜진의 잇따른 악재 속에서도 분명 예상보다 잘 싸워나가고 있다.
시즌 전 NC의 최대 과제는 불펜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 불펜의 마당쇠 역할을 했던 원종현이 암투병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기 때문. 여기에 원종현만큼이나 많이 마운드에 올랐던 임창민도 컨디션 난조로 스프링 트레이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경험 많은 손민한도 불펜에서 선발로 보직을 변경했다.
김경문 감독은 불펜의 공백을 최금강, 임정호, 강장산, 민성기 등 새얼굴을 통해 메우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우리 불펜도 괜찮다. 점점 좋아질 것"이라며 새얼굴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새롭게 불펜에 가세한 선수들 중 좋은 선수가 나와야 NC가 앞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었다.
김 감독은 과거 두산 베어스 사령탑을 지낼 당시 강력한 불펜을 구축해 팀을 강팀으로 조련했다. 고창성-임태훈-이재우-이용찬으로 이어지는 '킬(K-I-L-L) 라인'은 경기 후반을 확실히 책임졌다. 그만큼 김 감독은 불펜 운용에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다.
김 감독에게는 불펜에 관한 소신이 있다. 선수가 아프면 안된다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이면서도 지키기 어려운 명제다. 이는 선수가 팀과 함께 강해질 수 있다는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김 감독은 "좋을 때 많이 쓰다가 안 좋아지면 또 다른 선수를 쓰는 것보다 안 좋아지기 전에 여러 선수를 같이 쓰는 것이 낫다"며 "선수가 아프지 않고 팀과 함께 한 시즌을 치르면 그만큼 성장할 수 있다. 그게 선수에게도 팀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감독은 "선수가 마운드 위에서 싸우는 방법은 누가 가르쳐줄 수가 없다. 스스로 알아가는 수밖에 없다"며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마운드 위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노하우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잠시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해도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에게는 계속해서 기회를 제공하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김 감독이 기대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투수는 최금강과 임정호다. 두 선수는 개막 이후 줄곧 1군 엔트리에 머무르며 나란히 팀 내 가장 많은 22경기에 등판했다. 두 선수 모두 1군 경험도 많지 않고, 시즌 초반 불안한 모습도 보였지만 김 감독은 믿음을 갖고 이들을 꾸준히 마운드에 올렸다.
이대로 최금강과 임정호가 올 시즌을 1군에서 끝까지 버텨낸다면 그렇게 1군 선수로 자리를 잡게 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실제로 최금강과 임정호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부상으로 잠시 빠져 있는 마무리 김진성,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임창민, 투병 중인 원종현 모두 이같은 과정을 겪으며 1군 주력 투수로 발돋움한 선수들이다. 김 감독은 자신만의 소신을 통해 또다른 1군 불펜 투수들을 키워내고 있다.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버티면 팀과 함께 선수가 강해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김경문 감독의 불펜 운영 철학이자 소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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