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2년간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정우람(SK)이 등판하는 순간, 이닝은 그대로 '삭제'된다. SK가 기다렸던 '홀드왕' 정우람의 활약은 완벽에 가깝다.
정우람은 올 시즌 16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7홀드 평균자책점 2.30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정우람은 3월 29일 대구 삼성전에 시즌 첫 등판한 뒤 4월 12일 마산 NC전까지 6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으로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6경기에서 6이닝 동안 22명의 타자를 상대해 안타 1개만 내줬을 정도로 위력적인 피칭이었다.
4월 15일 문학 넥센전에서 윤석민에게 역전타를 허용하면서 패전투수가 됐지만, 부진은 길지 않았다. 정우람은 다음 등판이던 18일 문학 LG전에서 1.1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이후 정우람은 4월 30일 문학 NC전부터 7일 사직 롯데전까지 다시 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이 기간 정우람이 내준 안타는 1개뿐이었다.
정우람은 7홀드로, 안지만(삼성·11홀드)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라있다. 두 시즌 연속 홀드왕을 차지했던 한현희가 선발로 보직 변경하면서 올 시즌 홀드왕 경쟁은 안지만과 정우람의 이파전으로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2012년 30세이브를 올리며 SK의 뒷문을 든든하게 막았던 정우람은 올 시즌에는 마무리 윤길현에 앞서 셋업맨으로 나서고 있다. 윤길현의 성적은 1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4.73. 6일 사직 롯데전부터 이틀 연속 등판해 2.1이닝 동안 3피안타(1홈런) 3볼넷 3실점을 기록하면서 평균자책점이 상승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우람을 마무리로 돌리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김용희 SK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정우람이 셋업맨 역할을 잘해주기 때문에 승부를 9회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 (정)우람이가 뒤로 가면 9회 전에 경기가 아예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7일 롯데전을 예로 들었다. 정우람은 팀이 3-1로 앞선 7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이재영에 이어 등판해 오승택과 문규현을 연속 삼진 처리하고 고비를 넘겼다. 정우람은 8회말 아두치와 손아섭을 나란히 범타 처리하고 마운드를 윤길현에게 넘겼다.
윤길현이 황재균에게 중월 솔로포를 맞는 바람에 1점 차로 쫓기게 됐지만, 다행히 9회말을 무실점으로 막아 1점 차 신승을 거둘 수 있었다. 만약 7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정우람이 아닌 다른 투수가 등판했다면 실점을 하면서 경기를 내줄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정우람이 없었다면 세이브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다. 경기 자체가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 많다"면서 "아직은 우람이가 (마무리투수의) 앞을 막아줘야 한다. 기록을 보면 우람이가 마무리를 맡는 게 맞지만, 안을 잘 들여다보면 문제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정우람이 안정적으로 후반 리드를 빼앗기지 않은 채 윤길현에게 마운드를 넘겨 승리를 지키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는 얘기다. 김상진 투수코치는 "윤길현은 블론세이브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큰 것 같다. 완벽하게 던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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