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시민구단 성남FC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하기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한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원톱 황의조(23)를 지목할 수 있다.
황의조는 올 시즌 김학범 감독이 야심차게 육성하고 있는 자원이다. 김동섭과 경쟁을 붙여 빈약한 성남의 공격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조련하고 있다. K리그 3년차에 접어들면서 안정감도 찾았다. 김학범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의 축구에도 최적화됐다.
지난 2월 24일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의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에서는 황의조가 0-2로 밀리던 상황에서 상대 자책골을 유도하며 영패를 면하게 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과감하게 돌파하며 슈팅한 것이 상대 수비수에게 맞고 굴절되며 자책골이 됐다.
성남의 16강행에 분수령이 된 경기는 3월 3일 감바 오사카(일본)와의 홈 2차전이었다. 황의조는 골을 터뜨리며 팀의 2-0 승리에 기여했다. 지난 시즌 일본 J리그 3관왕인 감바를 상대로 넣은 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3월 16일 광저우 푸리(중국) 원정에서는 연세대 동문인 상대 수비수 장현수를 앞에 두고 슈팅해 골망을 갈랐다. 개인기로 완벽하게 상대를 무너뜨린 골이었다. 이런 기세를 이어간 황의조는 정규리그에서는 수원 삼성(3월 22일)과 대전 시티즌(4월 4일)전에서 골을 넣으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후 부리람전을 무득점으로 넘기더니 정규리그까지 동시에 침묵했다. 황의조의 컨디션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김학범 감독은 황의조를 믿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강한 면모를 보이며 아시아 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경쟁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그를 중용했다.
6일 일본 오사카 엑스포70 스타디움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최종전 감바와의 원정경기에서 황의조는 또 한 번 멋진 골을 보여줬다. 전반 15분 김철호의 전진 패스를 받은 뒤 아크 정면에서 다이키 니와가 유니폼을 잡아채는 것을 뿌리치고 오른발 터닝슛을 해 골망을 갈랐다.
기막힌 골 결정력이었다. 시종일관 감바 수비진에 몸싸움으로 부담을 주며 공간을 만들던 황의조였다. 중앙에서 한 번에 연결된 패스를 특유의 발목 힘을 앞세운 슈팅으로 아름다운 골을 만들었다.
풀타임을 소화하지는 못했다. 황의조는 전반 41분 수비와의 경합 과정에서 허벅지 근육을 부여잡고 쓰러졌고 김성준과 교체됐다. 황의조가 빠진 후 성남은 전열이 흐트러졌고, 감바에 2골을 허용하며 1-2로 역전패했다. 하지만 성남은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였고, 황의조는 조 1, 2위 순위와 상관없이 자신의 기량을 확실하게 아시아 무대에 보여줬다.
오는 6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앞두고 있는 A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게도 한 번 더 자신을 어필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기존 대표팀 멤버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 예고해 황의조의 발탁 가능성은 적지만 8월 동아시안컵 대표팀 엔트리에는 승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챔피언스리그에서 터뜨린 대부분의 골이 수비수를 등진 상황에서의 터닝 슈팅이거나 공간을 파고들어 만들어낸 것이었다. 원톱 공격수가 갖춰야 할 능력을 보여준 황의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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