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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뉴욕 출신"…기억에 남는 루츠의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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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개막 한달 뒤 곧바로 퇴출…빅리그 출신 자부심만 한 가득

[김형태기자] 올 시즌 '퇴출 1호'가 된 잭 루츠(전 두산)는 고작 8경기 출전을 끝으로 한국 생활을 접게 됐다. '먹튀'라는 오명을 쓴 외국인 선수가 하나둘이 아니고 의도적인 태업 논란을 불러일으킨 선수도 많지만 루츠는 시즌 개막 후 고작 한 달하고도 6일이 지난 시점에서 짐을 싸게 됐다. 지난해 후반기를 통째로 결장하다시피 해 엄청난 눈총을 받은 히메네스(전 롯데)도 80경기서 타율 3할1푼5리 14홈런 61타점이란 그럴 듯한 성적은 내고 벌렁 누웠다.

◆"파워히터 아니다"는 4번타자

두산 관계자들은 왜 "더 두고 볼 것도 없다"며 이를 갈면서 빅리그 출신 파워히터를 포기했을까. 하긴 돌이켜보면 파워히터도 아니었다. 우선 루츠 자신이 그 말을 무척 싫어했다. 지난해 1월 두산에 합류한 직후부터 루츠은 일관성 있는 자세를 고수했다. "나는 파워히터가 아니며 상황에 따른 타격에 집중할 뿐"이라는 말을 마치 아이폰 뮤직 어플을 무한 재생한 것처럼 반복했다.

홈런 많이 치는 4번타자 감으로 영입했는데 파워히터가 아니라니. 그는 오히려 "출루에 집중하며 팀 득점에 내실있게 공헌하는 머니볼 유형의 선수로 나를 규정할 수 있겠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내가 있던 뉴욕 메츠의 샌디 앨더슨 단장의 지론이 그렇듯 메츠에서도 나는 그런 타입의 선수였다. 앨더슨 단장이 내게 줄곧 강조한 부분도 그런 점이었다"며 어깨를 으쓱댔다. 지난 3월 11일 찬바람 쌩쌩 부는 목동 시범경기에 앞서 한 말이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었다. 홈런이든 안타이든 팀 공격에 도움이 되준다면 누가 뭐랄까. 그러나 그는 아예 경기에서 볼 기회조차 거의 없었다. 그 이유에도 일관성이 있었다. "허리가 아파서 수비가 안 된다. 타격은 할 수 있는데, 옆으로 날아오는 타구를 쫓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묘하게도 경기에서 조금만 부진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이 말을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언제 돌아올지 '기약없이' 재활에 몰두했다. 피말리는 1군 일정을 소화하던 김태형 감독이 "루츠는 도대체 어디서 뭐하고 지내느냐"며 시니컬하게 반문할 정도였다.

이런 와중에 그에게는 의도치 않은 별명까지 생겼다. 과일 통조림처럼 흐느적대서인지, '요행'을 의미하는 단어 fluke의 일본식 발음인 '후루쿠'에 빗대서인지 '후르츠'라는 별명이 어느새인가 그를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심지어 'X츠'라는 과격한 닉네임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코칭스태프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4월 들어 김 감독은 가까운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정말 미치겠다"며 하소연을 했다. 그는 취재진 간담회 때도 "예전 성격이었으면 내가…"라며 애써 웃음을 짓기도 했다. 하긴 과거 OB 주장 시절 그 우락부락한 타이론 우즈를 휘어잡은 '전설의 김태형'이다. 천방지축처럼 날뛰던 우즈를 끌고 간 뒤 커튼을 치고 육두문자를 날리면서 그의 기를 꺾은 건 이젠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는 너무도 유명한 일화다.

◆빅리거 자부심과 각종 별명만 남기고 떠나다

결국 두산은 루츠와의 '짧고 가는' 인연을 정리하기로 했다. 오래보지 않아 특별한 인상은 기억할 수 없지만 목동에서 들은 그의 이 말만은 좀처럼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따뜻한 애리조나와 일본에서만 훈련하다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3월의 매서운 꽃샘추위에 적응하기 어렵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 "알다시피 나는 (겨울이 추운) 뉴욕의 메츠에서 있다 와서 이런 날씨가 생소하지 않다. 전혀 야구하는 데 문제 없다."

루츠가 메츠 유니폼을 입고 나선 건 2012년 7경기, 2013년 15경기가 전부다. 오히려 뜨거운 사막기후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근 두 시즌 대부분을 보냈다. 2013년 111경기, 지난해 59경기를 메츠의 트리플A팀인 라스베이거스 51s에서 뛰고 지난해 6월11일 일본 라쿠텐으로 옮겼다. 그가 일본에서 9월 시즌 종료 시점까지 출전한 경기수는 15경기였다. 이유는 물론 부상이었다.

두산이 루츠를 웨이버공시하면서 그를 영입하고 싶은 구단은 향후 7일 이내에 계약 양도 신청을 하면 된다. 이 경우 55만달러인 루츠의 잔여시즌 연봉은 새 구단이 지불해야 한다. 물론 '뉴욕을 사무치게 못잊는 메츠 출신 루츠'에게 끌리는 구단이 나왔을 때 얘기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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