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FC서울이 '위기'라 한다.
K리그 클래식에서는 9위로 처져 있고,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도 확정짓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18일 열린 수원과의 슈퍼매치 1-5 참패가 컸다. 거기에 김진규, 고명진, 오스마르 등 핵심 선수들마저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래저래 악재가 잔뜩 낀 서울이다.
너무나 힘들 때 사람들은 뒤를 돌아보게 된다. 많은 생각에 빠진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디서부터 삐뚤어졌는지 찾기 위함이다. 또 어떻게 해야 이런 시련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고민에 빠진다.
힘든 시기에 최용수 서울 감독이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통렬하게 반성했다. 서울의 위기는 모두 자신에서 비롯된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서울이 달라지기 위해, 서울이 비상하기 위해 감독 자신부터 달라져야한다는 결론 역시 내렸다.
특히 지난 29일 열린 경주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의 FA컵 32강전에서 3-0으로 승리한 후 최 감독은 그동안의 고민과 생각에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이 경기에서 해법도 찾았다고 했다. 한수원전은 그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서울의 젊은 선수들이 대거 투입돼 승리를 거둔 경기였다.
30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FC서울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최용수 감독은 "한수원과의 경기를 통해 로테이션 정책의 긍정적인 면을 봤다. 확신과 믿음도 가졌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내가 무리하게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과감하게 젊은 친구들이 해내는 모습을 보고 느낀 것이 많았다. 감독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알게 됐고, 서울을 힘들게 만든 것은 전적으로 나였다는 것도 알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최 감독은 "스리백, 포백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했다. 수비 시스템으로 인해 내가 우리 선수들을 너무 힘들게 하지 않았나 생각을 했다. 또 이전에는 보수가 아닌 진보적으로 과감하게 내 주장을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지난 4년간 우승, 준우승에 너무 신경을 썼다. 팀의 방향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 이제 이름값보다는 서울의 미래를 위해 가능성 있는 친구들을 육성할 것이다. 주전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반성을 통해 달라진 팀을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라이벌 수원전 패배에 대한 상처도 털어버렸다. 이제 더 이상 수원전 패배에 신경 쓰지 않고 전진하기로 했다. 거기에 얽매일수록 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수원전 같은 경기는 1년에 한 번 나와도 나쁘지 않다. 1-5로 졌다고 승점 4점을 내주는 것도 아니다. 다음에 수원을 5-0으로 박살내버리면 된다"며 과감한 복수를 기다렸다.
최 감독과 함께 서울의 베테랑 차두리 역시 뒤를 돌아봤고, 역시 통렬하게 반성했다. 자신이 조금은 나태해졌고, 동기부여를 찾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최 감독은 이런 차두리를 질타했다. 그리고 차두리는 최 감독의 꾸지람을 받아들이고 다시 마음을 잡았다.
차두리는 "최용수 감독님에게 한 소리 들었다. 수원전이 끝난 이후 이야기하면서 혼이 났다. 감독님이 나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대표팀 은퇴 이후 동기부여 이야기를 했다. 대표팀 생활을 화려하게 마쳤다. 그래서 모든 것을 잘 마쳤다고 생각을 했다.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마음속에 있어 최 감독님이 그것을 지적해 주셨다. 고참 선수로서 이런 모습은 팀 전체에 크게 번지기 때문에 나부터 변하려고 노력했다"고 반성했다.
이어 차두리는 "이번 부상으로 쉬는 시간은 반성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감독님의 불만을 받아들이고 반성을 많이 했다. 내 자신도 돌아볼 수 있었다. 이제 팀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서 돌아왔다.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 경기장 안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도움을 줄 것"이라며 달라진 차두리가 될 것을 기약했다.
최용수 감독의 반성, 그리고 차두리의 반성. 서울의 수장과 베테랑 선수의 깊은 반성이 서울의 변화를 이끌려 한다. 오는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서울과 성남FC의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이 경기가 최용수 감독과 차두리의 반성의 깊이와 진심을 느낄 수 있는 첫 번째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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