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2015시즌 한화에 권혁과 배영수, 김경언이 없었다면? 상상하기 힘든 가정이다.
권혁과 배영수는 지난해까지 삼성 소속이었다. 김경언은 지난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었다. 권혁, 배영수는 한화로 FA 이적했고, 김경언은 FA 선언 후 팀에 잔류했다. 최근 한화는 이들 FA 삼인방이 만들어낸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권혁은 올해 구원투수 중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12경기에 등판해 18.2이닝을 소화했다. 구원투수로 투구 이닝 역시 장시환(kt, 20.1이닝)에 이은 2위다. 한화가 18경기를 치르는 동안 12번이나 등판해 304구를 던졌다. 권혁은 지난해에는 38경기에서 34.2이닝을 소화했다.
권혁의 등판 자체가 뉴스였다. 권혁은 7일 대전 LG전에서 2.1이닝 동안 39구를 던진 뒤 이튿날에도 마운드에 올라 오지환에게 역전 투런포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17일 대전 NC전에서는 3이닝 동안 45구를 던져 세이브를 올린 뒤 또 다음날에도 등판해 1이닝 동안 17구를 던지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권혁은 22일 잠실 LG전에서는 마지막 5번째 투수로 나서 3이닝을 책임지며 3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3세이브를 거뒀다. 이날의 투구수는 54개. 시즌 최다였다. 권혁의 지난해 한 경기 최다 투구수는 42개였다. 2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은 세 차례뿐이었다.
권혁은 한화로 이적한 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투수로는 적지 않은 서른둘의 나이에도 팀에 필요한 상황이라면 가리지 않고 등판했다. 그러면서 권혁은 김성근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불펜투수로 거듭났다. 이제 한화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배영수에게는 베테랑의 품격이 묻어난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등판하겠다는 의지가 훈훈한 바람을 몰고 왔다. 그는 18일 대전 NC전에서 팀이 7-6으로 점수를 뒤집은 8회초 구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다음날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지만 승리를 위해 희생을 결심했다. 이날 한화는 8-6으로 승리하고 시즌 첫 2연승을 달렸다.
한화 투수들은 배영수의 '경험'을 흡수하고 있다. 배영수는 2000년부터 16년째 프로 무대에서 뛰며 7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배영수는 흔들리는 한화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전하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23일 잠실 LG전에서는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해 팀의 연승에 앞장선다.
김경언은 최근 한화 타선에서 가장 '핫'한 선수다. 타율 3할5푼4리에 2홈런 10타점을 기록하면서 팀 내 타율 1위로 올라섰다.
김경언의 장점은 꾸준함이다. 개막 후 두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안타를 때렸다. 안타가 없었던 날도 몸에 맞는 볼과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김경언은 지난 10일 사직 롯데전부터 9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지난해 타율 3할1푼3리 8홈런 52타점으로 2001년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했다. FA 자격을 얻은 김경언은 한화와 3년 총액 8억5천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수십억원대 몸값을 받은 FA 선수들 가운데, 김경언의 재계약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김경언의 진가는 개막 후 드러났다. 매 경기 출루에 성공하면서 타선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아직 실책은 없다. 출루율(4할2푼7리)과 장타율(5할2푼3리)을 더한 OPS는 9할5푼에 이른다. 김태균에 이어 팀 내 2위다.
한화는 이들의 활약을 앞세워 9승 9패를 기록, 5위에 올라있다. FA 삼인방의 활약이 없었다면 5할 승률을 맞추기 어려웠을 지 모른다. 그야말로 모범 FA 사례가 되고 있는 권혁 배영수 김경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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