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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츠 빠진' 두산 타선, 오히려 더 잘 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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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타자 빠진 뒤 경기당 6.5점 '활화산'…'이보다 강한 잇몸' 실감

[김형태기자]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지금으로선 기약이 없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17일 잠실구장.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루츠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크다"면서도 "오늘 보고를 받았는데, 수비훈련이 아직 되지 않는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증상"이라고 말했다.

큰 기대를 걸고 영입한 거포 4번타자가 개점휴업 상태다. 두산 코칭스태프는 겉으로 크게 내색하지 않아도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타순이 헝클어지면서 개막 전 계획했던 시즌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두산 측에 따르면 루츠는 타격은 되지만 수비시 좌우로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허리통증 탓에 정상적인 수비를 못하고 있다. 현재 이천에서 재활 중인 그가 언제 복귀할지는 관계자들도 '오리무중'이다.

거액을 투자한 4번타자의 이탈은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지만 의외로 공격력에 큰 차질은 없는 편이다. 오히려 루츠가 빠지면서 타선이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실제로 기록으로도 잘 나타난다. 16일까지 두산은 시즌 14경기에서 경기당 5.5점을 올렸다. 그런데 루츠가 라인업에서 제외된 지난 6일 이후 오히려 타선이 살아나는 효과를 보고 있다. 7일 잠실 넥센전부터 15일 수원 kt전까지 치른 8경기에서 무려 86안타 52득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10.75안타로 6.5점을 올린 셈. 이 기간 중 두산은 5승3패, 최근 4경기 3승1패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루츠가 빠진 자리를 최주환과 김진형 등이 착실히 메워준 덕분이다. 특히 올 시즌 3루 주전 후보로 여겨졌지만 루츠 입단 이후 백업으로 밀려나 최주환은 시즌 13경기서 타율 3할1푼 5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팀 사정에 따라 3루와 2루를 오가는 그의 활약 덕분에 두산은 타선에서 루츠의 공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17일 잠실 롯데전에서도 두산 타선은 무섭게 폭발했다. 1회에만 6안타로 7득점하는 등 롯데 마운드를 정신없이 두들겼다. 오재원은 중전 적시타, 양의지도 1타점 중전안타, 김재호는 밀어내기 볼넷, 민병헌은 우전 적시타, 정수빈은 2타점 좌전안타를 퍼부었다.

두산 타선의 쉴새없는 불꽃타에 롯데 선발 송승준은 0.2이닝 6피안타 7실점으로 조기 강판되는 쓴 맛을 봤다. 7-1로 앞선 2회에도 두산의 예봉은 무뎌지지 않았다. 2사 1·2루에서 김재호가 1타점 2루타를 때려내자 후속 민병헌은 좌익수 담장을 넘어가는 3점홈런으로 화답했다. 이날 선발인 에이스 니퍼트의 존재를 감안할 때 사실상 승부를 결정한 한 방이었다.

초반부터 폭발한 타선의 힘을 바탕으로 두산은 결국 12-1 완승을 거뒀다. 최근 3연승을 거두며 선두권 진입을 호시탐탐 넘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어차피 승부는 시즌 중반부터다. 지금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주포 루츠의 기약없는 이탈에 이날은 '임시 4번타자'를 맡고 있는 홍성흔마저 1회 첫 타석서 송승준의 공에 왼손등을 맞아 교체됐다. 다행히 특별힌 이상 증상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두산으로선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다.

'이 없으면 잇몸이 메워야 한다'지만 빠진 이 이상으로 역할을 해주고 있는 잇몸 덕에 루츠의 공백을 크게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두산 타선이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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