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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실점' 교체·'황태자' 강등…김태형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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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보다 내용·승부욕 중요시…끝내기포 맞은 윤명준은 신뢰

[김형태기자] 3이닝 무실점. 불안하긴 했지만 승리투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주저하지 않았다. 더 이상 힘들다고 판단되자 가차없이 투수를 바꿨다.

14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원정경기. 두산 선발 진야곱은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3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단 1안타로 상대 타선을 억제했다. 두산 타선은 착실한 공격으로 3회초 2점, 4회초 1점을 뽑았다. 2이닝만 버티면 진야곱은 승리투수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원인은 불안한 제구였다. 앞선 2차례 선발등판, 8이닝 동안 볼넷 11개를 허용한 불안한 제구가 이날도 나아지지 않았다. 1회초 이대형·박경수에게 볼넷을 허용해 위기에 몰렸다. 1사 2·3루에서 마르테가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김동명의 타구가 3루수 직선타로 연결돼 운좋게 실점하지 않았다. 2회에도 김상현을 중전안타로 내보낸 뒤 신명철에게 볼넷을 허용, 또 어려움을 자초했다. 이번에도 앞선 이닝과 판박이였다. 1사2·3루에서 박기혁을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이대형은 1루수 파울플라이로 잡아 간신히 실점을 피했다.

3회에는 1사 뒤 박경수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마르테를 3루수 병살타로 연결하고 수비를 끝냈다. 3회까지 허용한 볼넷수는 4개.

3-0으로 두산이 앞선 4회말 마운드에 오른 진야곱은 또 다시 선두 김동명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김태형 감독의 인내심은 거기까지였다. 그는 두번 생각하지 않았다. 곧바로 우완 사이드암 변진수를 투입하고 진야곱을 교체했다. 무실점 행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위기를 자초한 점, 기회를 꾸준히 줬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점에 조기 불펜 투입을 결정했다. 점수차를 감안할 때 한 두 이닝 더 지켜볼 수도 있었지만 그는 단호했다.

이날 진야곱의 투구수는 57개. 3이닝 1피안타 2탈삼진 5볼넷 무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이 5.72(종전 7.88)로 낮아졌다.

진야곱 조기교체에서 읽을 수 있는 김 감독의 의도는 두 가지다. 하나는 초반 정상적인 팀 전력이 아닌 상황에서 잡을 경기를 확실히 잡겠다는 것, 또 하나는 제 아무리 결과가 좋아도 내용이 부실하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지금 우리보고 '하루하루 버텨야 한다'고 한다면 너무 비참한 얘기로 들린다"며 웃으면서도 경기에 대한 의욕만은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날 초반 부진한 1루수 김재환을 2군으로 강등하고 대신 또 다른 1루수 오재일을 1군으로 불러올렸다. 지난 겨울 취임 직후부터 큰 기대를 건 '황태자' 김재환에 대한 기대가 생각보다 일찍 꺾인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김 감독은 "타격 부진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내렸다"며 "언제 다시 올라올지는 기약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재환은 초반 부진이 이어지자 경기에서 다소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고, 이 점이 강등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말이 많다.

반면 지난 10∼12일 LG와의 잠실 3연전 가운데 2경기에서 결승홈런을 얻어맞은 마무리 윤명준에 대해서는 "배터리가 상대 타자들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다. 윤명준이 의기소침해질 수 있지만 이겨내야 한다"며 "지금 필승조를 바꿀 수는 없다"고 했다. 누구보다 당찬 성격인 윤명준은 마운드에서 좀처럼 고개를 숙이는 법이 없고, 항상 중요한 순간에 나서고 싶어한다. 구위에 관계 없이 마무리의 멘탈만은 확실하다는 평가다.

결국 '결과도 중요하지만 내용이 더 우선시되어야 하며 그보다 중요한 건 경기에 임하는 자세'로 요약된다. 초반 주축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어려움에 빠진 두산 선수단에 가장 필요한 건 어떤 조건에서도 이기겠다는 '승부욕'이라는 의미다. 일련의 조치에서 읽을 수 있는 김 감독의 메시지다.

조이뉴스24 수원=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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