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잘하는 선수를 희생으로 삼는 것이 팀에는 좋다고 본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올 시즌 유독 경기 중 냉정한 선수교체 지시를 자주 내린다. 모창민과 나성범은 수비 실책 후 곧장 교체됐고, 시즌 첫 선발 마운드에 올랐던 이재학도 위기를 맞자 이른 3회에 강판됐다.
지난 12일 SK 와이번스와의 마산구장 경기 4회초. NC 선발투수 해커가 최정과 브라운에게 백투백 홈런을 얻어맞으며 먼저 3점을 내줬다. 이어 나성범이 박정권의 타구를 엉거주춤한 폼으로 잡아내려다 뒤로 빠뜨리고 말았다. 나성범의 플레이는 실책으로 기록됐고, 박정권은 그 사이 3루까지 진루했다. 그러자 김경문 감독은 곧바로 나성범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김성욱을 우익수로 투입했다.
아무리 실책을 범했다고는 해도 부동의 주전 우익수이자 간판타자인 나성범이 경기 중반 빠진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선수들에게 정신을 똑똑히 차리라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NC는 5회초 2-11까지 뒤졌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8-11로 경기를 끝냈다. 나성범을 대신해 출전한 김성욱도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 맹활약을 펼쳤다.
나성범 이전에는 모창민이 실책 후 교체되는 아픔을 맛봤다. 모창민은 지난 5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 3회초에만 2차례 실책을 범했다. 김 감독은 모창민의 두 번째 실책이 나오자 즉각 지석훈과 교체를 지시했다. 모창민의 실책을 빌미로 1-1 동점을 내준 NC는 이후 공수에서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이며 9-2 완승을 거뒀다. 지석훈 역시 호수비에 안타까지 때려내며 모창민의 공백을 메웠다.
김 감독은 투수교체에서도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8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시즌 첫 선발 등판한 이재학이 3회말 5-2로 추격을 허용한 뒤 2사 1,3루 추가 실점 위기에 몰리자 곧바로 불펜을 가동하기 시작한 것. 아직 점수 차에 여유가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김 감독의 선발투수 교체는 냉정한 면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NC가 13-5로 승리하며 김 감독의 용병술은 성공을 거뒀다.
이튿날 김 감독은 이재학의 교체에 대해 "1승을 챙겨주려다 한 방을 맞으면 분위기가 넘어간다. 그 상황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봤다"며 "나는 (이)호준이나 (이)재학이처럼 잘 하는 선수를 희생으로 삼는 것이 팀에는 좋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때론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문책성 교체를 단행하고, 때론 선수 개인보다 팀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냉정한 투수 교체를 지시하는 김 감독이다. 그리고 그 대상은 '잘 하는 선수'다. 이호준과 이재학을 직접 예로 들었지만 나성범과 모창민 역시 김 감독이 말한 '잘 하는 선수'에 포함된다.
김 감독의 용병술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선수들이 사령탑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냉정한 교체를 "희생으로 삼는다"고 표현했다. 희생이란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다. NC의 주축 선수들은 자신이 본보기로 팀이 결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반대로 주축 선수들을 대신해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펼친다. 지석훈이 그랬고 김성욱이 그랬다. 최금강 역시 이재학의 조기 강판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10타자를 연속해서 범타로 돌려세우며 자신의 데뷔승을 따냈다.
팀이 잘 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희생이 필요하다. 그리고 희생이 약자보다 강자에게서 나타날 때 그 효과가 더 크다. 김 감독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보다 핵심 선수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김 감독의 냉정한 선수 교체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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