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지난해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서 4위를 차지한 광주FC는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상위 팀들을 잇따라 격파한 뒤 클래식 11위 경남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승리하며 극적인 승격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광주FC는 추운 겨울을 보냈다.
클래식에 승격하는 감격을 누렸지만 메인스폰서 구하기에 애를 먹었고 전임 단장이 여러가지 이유로 사임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사재까지 털어가며 선수들을 격려했던 정원주 대표이사가 사임을 번복하는 등 굴곡진 시간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서서히 광주시의 구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광주FC의 초반 경기력과 성적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 되면서 후원이 줄을 잇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의 아버지로 잘 알려진 기영옥(58) 광주축구협회 회장이 단장으로 부임하면서 사무국도 안정을 되찾았다.
지난 12일 목포축구센터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5라운드 홈 경기는 기 단장의 광주 단장 부임 후 일종의 데뷔전이었다. 광주는 2-3으로 패했지만 '1강' 전북을 상대로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막판 대추격전을 펼치는 등 공격축구로 강팀을 상대하겠다는 남기일 감독의 일관된 스타일이 팬들을 즐겁게 했다.
기 단장은 광주 명문 금호고와 전남 드래곤즈 유스팀인 광양제철고에서 감독으로 재임했다. 남기일 감독은 물론 윤정환 울산 현대 감독, 고종수 수원 삼성 코치 등 현역 시절 최고의 미드필더로 불렸던 제자들을 길러냈다.
전북전 후 "10명이면 9명은 광주가 질 것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라고 말한 기 단장은 "그래도 열심히 했다. 5분만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웃었다.
경기력과는 별개로 기 단장은 광주의 단장직을 수락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광주의 이사였던 그는 구단 발전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던 부분을 아쉬워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구단 운영에 참여해 발벗고 뛰겠다는 것이 기 단장의 생각이다.
기 단장은 3년의 임기 동안 무보수에 법인카드와 업무추진비를 받지 않겠다며 오직 광구 구단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최소한의 보수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러고 싶지 않다. 이런저런 금액을 합치면 1년에 1억원 정도가 되는데 그 비용은 유소년 육성에 사용해야 한다"라며 헌신을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구단이 튼튼해지려면 무엇보다 유스팀의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 또, 구단 프런트의 선진축구 운영 노하우도 축적되어야 한다. 기존 K리그 구단들은 빠르게 지역 사회에 녹아든 일본 J리그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와는 시선을 달리한 기 단장은 "시즌 종료 후 시간이 되면 직원 1~2명씩 유럽 주요 리그에 보내서 어떻게 구단이 돌아가는지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구단이 발전한다"라며 단기 연수 형식의 프런트 강화 프로그램 가동을 예고했다.
축구에 관심이 적었지만, 구단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재미를 붙인 정원주 대표의 헌신에도 놀라워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 광주 승격 시 사재를 털어 격려금을 지급하겠다며 선수들의 승리욕을 자극했다. 이에 대해 기 단장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인데 앞장서서 구단을 위해 나서고 있다. 축구에 대한 관심이 좋은 방향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서 좋다"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광주의 열악한 인프라에도 눈을 돌린 기 단장은 "1만명 안팎의 관중이 관전 가능한 작은 규모의 축구전용구장이 필요하다. 부지도 확인했다. 클럽하우스도 건립해야 한다. 아직도 선수들이 숙소 없이 전전하고 연습장 구하러 다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시간을 길게 보고 해야 할 일이 많다"라며 바쁘게 시간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아들 기성용도 이런 아버지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전북전 전에도 전화통화를 했는데 승리해 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기 단장과 광주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기성용은 시즌 종료 후 귀국하면 광주 팬들에게 인사를 할 계획도 있다. 다음 달 30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이 유력하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