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빅초이'가 돌아왔다. 산악인이라는 조롱을 받던 최희섭(36, KIA 타이거즈)이 예전 거포로 명성을 날리던 시절의 면모를 되찾았다.
최희섭은 3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홈런 2방을 터뜨리는 등 4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 KIA의 5-0 승리를 이끌었다. 2회초에는 결승타가 된 선제 솔로포를 작렬시켰고, 8회초에는 5-0으로 점수 차를 벌리는 쐐기포를 스탠드에 꽂았다. 지난 2013년 5월4일 목동 넥센전 이후 무려 699일만에 맛보는 멀티홈런의 손맛이었다.
홈런 부문 공동 선두(3일 현재)에도 올랐다. 최희섭은 나바로(삼성)와 함께 가장 많은 3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홈런의 영양가도 만점이다. 홈런 3방이 모두 팀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시즌 마수걸이 홈런은 지난달 29일 광주 LG전에서 나왔다. 팀이 4-6으로 뒤지던 7회말 5-6으로 추격에 불을 붙이는 홈런이었다. 결국 최희섭의 홈런을 발판으로 KIA는 9회말 터진 필의 역전 끝내기 투런포에 힘입어 7-6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재기의 칼날을 간 최희섭이지만 그의 최근 활약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2009년을 정점으로 내리막을 걷다 지난해에는 아예 한 경기에도 나서지 않았기 때문. 매년 시즌을 앞두고 등산을 통해 몸을 만든 뒤 정작 그라운드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산악인'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얻게 된 최희섭이다.
은퇴까지 심각하게 고려했던 최희섭은 김기태 감독의 부임 이후 마음을 고쳐먹고 선수생활 유종의 미를 위해 뛰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스프링캠프를 소화했고, 비대해졌던 몸은 충분히 한 시즌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날렵해졌다. 최희섭의 노력을 곁에서 지켜봐 온 김기태 감독은 개막과 함께 최희섭을 3번타순에 고정시키며 믿음을 보였다.
감독의 믿음에 선수가 보답하는 것만큼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좋은 방법은 없다. 짧지 않은 공백을 가졌던 최희섭을 중심타선에 중용하는 것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최희섭이 스스로 사령탑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김 감독이 믿음을 보이는 것은 최희섭 뿐만이 아니다. 김 감독은 주장 이범호를 비롯해 김원섭, 김주찬 등 베테랑들에 대해서는 훈련량을 자율에 맡기는 등 그동안의 커리어를 존중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사령탑으로부터 책임감을 부여받은 베테랑들은 후배들 앞에 솔선수범하며 훈련을 소화했다.
모 야구인은 KIA의 달라진 분위기에 대해 "KIA의 베테랑들이 언제 저런 배려를 받아봤겠냐"고 말했다. LG에서 이미 한 차례 성공을 거뒀던, 김 감독이 베테랑들을 중용하고 존중하는 선수단과의 소통법이 KIA에서도 효과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김 감독이 베테랑들을 무조건적으로 배려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의 역할과 책임을 다 했을 때 비로소 존중받을 수 있다. 실제 김진우는 스프링캠프 출발 전 체력테스트 기준치를 넘기지 못했고, 결국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후 김진우는 대만 2군 캠프에 참가해 독기를 품고 훈련을 소화했다. 사령탑이 자신에게 전한 메시지의 뜻을 이해한 것. 허벅지 통증으로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김진우는 현재 캐치볼 등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1군 복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IA는 예상보다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며 시즌 초반이지만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논란이 됐던 윤석민의 마무리 기용도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다. 무엇보다 '한 번 해보자'는 선수들의 달라진 마음가짐이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빅초이의 귀환'에서도 달라진 KIA의 모습이 선명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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