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밭벌이 10년 만에 찾아온 축구 열기에 흠뻑 취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친선경기를 치렀다. 2005년 7월 동아시안컵 중국과의 경기 이후 10여년 만에 대전에서 열린 A매치였다.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경기장 외곽 주차장은 만석에 가까웠다. 매진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이날 오전부터 현장 판매분 8천여장을 구매하기 위해 매표소 앞에 일찌감치 줄을 서는 장면도 나왔다.
경기가 임박하면서 구장 인근 도로는 꼬리를 무는 자동차 행렬이 길어졌다. 더 좋은 곳에 주차를 하기 위해 주차요원과 운전자 간의 눈치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유있는 충청인들답게 관중석은 천천히 메워졌다. 이 경기장을 홈구장으로 활용하는 대전 시티즌 관계자는 "원래 대전 팬들은 전반 30분까지도 계속 들어온다. 오늘은 관중이 워낙 많다보니 더 복잡해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전반 시작 후 20여분이 지나서야 양쪽 골대 뒤 2층 최상단을 제외한 모든 좌석이 관중으로 넘쳤다.
입장권은 부르는 것이 값이었다. 매진된 1등석(5만원)은 암표가 15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더 좋은 자리에서 대표팀 경기를 지켜보기를 원하는 팬들은 과감하게 구매를 했다. 일부 암표상은 경찰의 눈을 피해 구석으로 구매자를 안내해 거래하는 장면도 보였다.
대전시와 경찰, 대전축구협회, 체육회 등은 안전 유지에 애를 썼다. 대전도시철도공사는 지하철 배차 간격을 평소보다 줄이며 관람객 수송을 하는 데 총력전을 펼쳤다.
남측 관중석 출입구 부근에서는 대전 구단에서 연간회원권 부스를 설치하고 판매에 열을 올렸다. 경기 주최자인 대한축구협회에 양해를 구하고 대전 경기 홍보와 회원권 판매에 나서 축구 열기 효과를 누리기 위해 애썼다.
관중들은 경기 시작 전 급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이광종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쾌유를 박수로 기원하는 등 성숙한 관전 문화를 보여줬다. 경기 시작 후에는 자발적으로 파도타기 응원을 펼치고 골을 외치는 등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올랐다. 조용하다가도 한국의 공격 기회가 오면 함성을 지르는 등 지역적인 특색이 엿보이는 응원을 펼쳤다.
이날 총 관중수는 3만8천680명으로 집계됐다. 봄날 축제를 즐기기에는 그만이었다. 총 좌석수 3만9천409석이 매진되지는 않았지만 경기장 좌석 점유율은 95%를 넘었다. 수도권 이남 A매치 흥행에 또 다시 성공한 대한축구협회 입장에서는 향후 지역 순회 경기 개최 정책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