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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뿌리깊어 자생하는 구단'의 원년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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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이 책임있게 일할 문화 조성하고 스폰서 확보로 자립 기반 다져야

[이성필기자] 2015 시즌 K리그 클래식에 참가하는 12팀은 새로운 축구를 약속했다. 저마다 팬을 위한 축구를 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기는 축구를 뛰어넘어 팬들과 즐거움을 함께하는 감동 축구를 약속했다.

구단들은 '자생'을 앞세워 뼈를 깎는 개선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K리그 최고 흥행구단인 수원 삼성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관중석 2층을 사용하지 않고 무료 초대권 발행을 중단한 것을 시작으로 변화에 둔감한 편이었던 울산 현대도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겉은 분명 화려하게 포장됐지만 속으로는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힘든 싸움의 연속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애를 먹고 있다.

당장 구단 운영의 중요한 기반이 되는 후원사 유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2개 구단의 상위 기관인 한국프로축구연맹마저 현대오일뱅크와 어렵게 타이틀 후원사 계약을 유지했다. 권오갑 총재가 오일뱅크 모기업인 현대중공업 사장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구단들은 속을 태우고 있다. 경제 불황에다 경비 절감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기업들을 스폰서로 유혹하기가 쉽지 않다. 새 후원사 유치 소식보다는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듣고 있다. 구단 운영비에서 모기업이나 지자체의 지원 비중을 최대한 줄이며 자생력을 키워가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 구단은 여전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챌린지(2부리그)에서 올해 클래식으로 승격한 광주FC는 여전히 메인후원사 확보에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홈 개막전이 조금 늦다고는 하지만 시즌 개막 직전까지 그 어떤 응답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상황이다. 구단주인 윤장현 시장이 움직여주기만을 바라는 구조적인 한계를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K리그 한 구단 관계자는 "전년 대비 후원 금액을 깎아서라도 후원사를 잡고 있다. 일단 기존의 후원사 유지를 하면서 새로운 업체를 더 늘리려고 애를 쓰고 있다"라며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이어 "동네 식당, 커피전문점 등 소규모 후원사들을 늘리려고 하는데 윗선에서는 지역 내 기업 등 큰 곳에서 큰 후원금만 얻으려고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경제 불황이라는 외적인 상황과는 별개로 구단들이 후원사들을 제대로 대우해주지 못해 외면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있다. 기업구단의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관계자는 "구단들은 여전히 갑의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겠다. 후원사를 유치하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일단 후원을 받고 나면 '우리구단을 통해 너희가 홍보, 노출되지 않느냐'라는 자세로 나서는 경향이 있다"라며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후원사들도 바보는 아니다. TV 중계 횟수 등을 자료로 제시해달라고 하면 고민에 빠진다. 한때 중계 횟수와 효과 등의 숫자를 바꿔 보내라는 지시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후원을 받는다고 해도 지속성이 떨어진다. 솔직하게 홍보 효과를 전하고 장기적인 관점의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구단의 구조적인 문제도 후원사 유치와 유지에 애를 먹이고 있다. 당장 시도민구단들은 직원들의 연속성조차 보장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대전 시티즌의 경우 사장이 교체된 뒤 업무보고에 시간을 보냈다. 고위층이 워낙 자주 교체되는 데다 외풍이 심해 실력 있는 직원들이 지난 몇 년 사이 줄줄이 퇴사했다. 기본적으로 할 일은 많은데 새 직원에게 재교육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투자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올해 챌린지로 강등된 경남FC는 팀장급 직원들은 남고 실무의 최전선에 있었던 말단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요구하는 등 책임있게 일할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 한 직원은 관할 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넣고 사직의 부당함을 따지고 있다.

지난해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성남FC의 경우 성남 일화 시절의 직원 대부분이 사실상 반강제 퇴직했다. 지난해에만 사무국 개편을 네 차례나 했다. 올해도 한 차례 했다. 겉으로는 다양한 업무 배정이었지만 속으로는 반강제 퇴직의 절차로 내모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러난 이들 대신 구단 업무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신규 프런트가 대거 자리를 메웠다. 지난 3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감바 오사카(일본)전에서는 이들 프런트가 경험 부족을 노출하면서 홈경기를 치러 이런저런 해프닝도 있었다.

기업구단들도 모기업의 경영 실적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있다. 어렵게 비용을 지출하는 포항 스틸러스는 선수 해외 이적 등으로 일부 구단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전북 현대는 5년 단위로 계획을 세워 자생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어떻게든 자생력을 갖춰보자는 의지에 따른 계획이다.

한 기업구단 고위 관계자는 "이제는 모기업 계열사들도 예전처럼 소득 없이 도와주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줄일 부분은 줄이고 확실하게 생존을 위해 후원사 확보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구단 운영의 기초를 세울 수 있고 용품 제작, 티켓 판매 등 다른 영역의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올해가 진정한 시험대라고 생각한다. 각 구단이 '사즉생'의 심정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얘기했다.

희망적인 신호는 감지됐다. 전북, 성남, 수원의 챔피언스리그 주중 경기에서 생각 이상의 많은 관중이 찾았다. 관중수가 늘어난다면 얼마든지 후원사에 대한 K리그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일부 구단들도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현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재출발을 하겠다는 인식 전환이 얻어낸 긍정적인 움직임이다.

프로연맹의 노력으로 올 시즌에는 지상파 TV인 KBS(한국방송)의 월 2회 K리그 경기 생중계 편성도 확정됐다. 후원사들을 끌어들일 요인이 생긴 것이다. 이 외에도 지역 민방과 지상파 계열사들도 연고 구단 경기를 '지역 문화콘텐츠'의 일환으로 중계를 할 예정이다. 스폰서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들을 유혹하기에 좋은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구단별로 규모는 작지만, 후원사 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자생'을 위한 기초를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2015 K리그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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