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SK 외국인 타자 브라운은 '젠틀한 선수'로 통한다. 동료와는 물론 통역과도 잘 지내는 등 팀 적응이 순조롭다.
브라운의 착한 심성이 드러난 일화가 있다. 미국 플로리다 1차 캠프에 처음 합류한 브라운에게 SK 구단 관계자가 한 말이다. "한국에서는 선참들을 존중해야 한다. 특히 주장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마침 주장 조동화도 브라운과 처음으로 만난 자리서 "비록 키가 작고 덩치도 작지만 나는 무서운 사람이다"라면서 엄포(?)를 놨다.
긴장을 풀기 위해 건넨 장난스러운 인사였지만, 브라운은 진지했다. 이후 브라운은 모든 일과를 진행할 때 주장 조동화의 뒤만 따라다녔다. 심지어 캐치볼도 조동화하고만 했다. 이런 브라운의 모습을 지켜본 선수들은 "정말 착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연스럽게 브라운을 챙겨주고, 배려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통역 담당자와도 사이가 좋다. 서른 두 살인 브라운은 자신보다 여덟 살이나 어린 김주환 매니저를 친동생 대하듯 한다. 식사를 같이 하고, 쉬는 시간도 함께 보낸다. 통역 담당자는 외국인 선수의 적응을 가장 가까이서 돕는다. 통역과 막역하다는 것은 한국 적응에 큰 걸림돌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동료 선수들은 피부로 느낀다. 함께 훈련하고, 경기를 치르면서 외국인 선수의 성격을 파악한다. 자기 뜻만 내세우는 이기적인 선수는 팀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한국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브라운은 이 부분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그라운드에서도 제 몫을 하고 있다. 브라운은 24일 요미우리와의 연습경기에 4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4안타 3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그동안 연습경기에서 눈에 띄는 활약이 없었던 브라운은 이날 4안타를 몰아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첫 타석부터 요미우리 선발 투수 우쓰미 데쓰야에게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뽑아낸 브라운은 이후 3안타를 더하면서 매 타석 안타를 때려냈다. 브라운은 "타이밍과 밸런스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면서 만족스러워했다.
SK는 지난해 '스캇 악몽'에 시달렸다. 메이저리그 135홈런을 때린 거물급 스캇을 영입하면서 기대를 모았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만 가득했다. 스캇은 잦은 부상으로 33경기 출장에 그쳤고, 막판에는 감독과 언쟁을 벌인 뒤 짐을 쌌다. 실력도 보여주지 못했고 인성도 바닥인, 그야말로 최악의 용병이었다.
SK는 올 시즌을 함께할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면서 인성에 초점을 맞췄다. 화려한 경력보다는 팀에 융화될 수 있는 선수를 고르려 애썼다. 브라운의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144경기 타율 2할2푼 14홈런 45타점이다. 내세울 만한 경력은 없지만, 한국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욕이 넘쳤다. 일단, 스프링캠프에서의 출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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