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은 FIFA가 지난 1993년 8월 도입한 세계 축구 국가별 순위입니다.
FIFA가 각국의 수준과 실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만든 순위표지요. 물론 그동안 이 랭킹을 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FIFA는 수정과 보완을 거쳐 FIFA 랭킹을 가장 객관적인 자료로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완벽히 신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수정과 보완을 거쳐서 현재 세계 각국의 축구 수준을 평가하는데 가장 객관적인 지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각국의 축구 실력을 가늠하는데 있어 FIFA 랭킹보다 영향력이 있는 순위표는 없지요. 따라서 미우나 고우나 FIFA 랭킹은 신뢰해야 하고, 지금의 FIFA 랭킹이 그 국가의 현재 축구 수준이라고 평가하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세계랭킹 1위 독일은 다들 세계 최고라 생각합니다. 현 시대는 독일 축구의 시대라는 것을 대신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209위 부탄은 가장 수준 낮은 국가라 생각합니다. 부탄 축구를 두려워하는 국가는 없습니다. 따라서 FIFA 랭킹이 높은 팀이 분명 강팀입니다. 주요 국제대회에 톱시드 등 이점을 주는 것도 FIFA 랭킹이지요. 이것은 강팀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FIFA 랭킹에 비해 과도하게 자만심을 보이는 국가가 있습니다. FIFA 랭킹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 생각하며, 스스로 강호라고 생각하는 팀이 있습니다. 바로 호주입니다. 호주는 현재 FIFA 랭킹 100위입니다. 아시아에서도 10위입니다. 낮은 순위입니다.
왜 FIFA는 호주에 100위라는 하위권 랭킹을 부여했을까요. FIFA가 바보가 아닌 이상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FIFA 랭킹은 한순간 잘한다고 해서 높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꾸준히 잘해야 하고, 큰 대회에서 성과를 내야 올라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호주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2006년 AFC(아시아축구연맹)로 편입된 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적이 없는 호주입니다. 랭킹이 낮은 것은 당연합니다. FIFA는 딱 100위 정도로 호주를 평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FIFA 랭킹 100위의 팀이 2015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고 있습니다. 호주는 FIFA 랭킹 69위 한국과 결승전을 치릅니다. 호주는 스스로 우승을 확신하는 것 같습니다. 홈에서 대회를 치르는 것에 큰 자신감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FIFA 랭킹 100위치고는 너무나 거만합니다. FIFA 랭킹 100위에서 나올 만한 자신감은 아닌 것 같습니다.
FIFA 랭킹으로 따지면 한국이 호주보다 강팀입니다. 무려 31단계나 차이가 납니다. 극단적으로 비교하자면 랭킹 1위 독일과 31위 러시아가 맞붙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호주의 자신감은 '독일급'입니다. 31계단 높은 한국을 무시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1~2 계단 차이도 아니고 31계단 정도 차이가 난다면 상대를 존중할 줄 알아야죠.
솔직히 김이 빠지는 것은 한국입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을 앞두고 한국의 FIFA 랭킹을 끌어 올리는데 주력하겠다고 했습니다. 69위란 순위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의 목표에 호주는 없었습니다. 아시아 3위인 한국보다 랭킹이 높은 이란(51위), 일본(54위)이 목표였습니다. 이들보다 랭킹에서 앞서나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랭킹이 높은 상대를 꺾어야 랭킹이 더 높아지는데, 한국보다 한참 낮은 상대를 결승에서 만나 맥이 빠진 것은 사실입니다.
따라서 슈틸리케 감독은 FIFA 랭킹을 산정할 때 주는 가중치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월드컵 다음으로 높은 점수가 부여되는 대회가 아시안컵입니다. 일본과 이란이 올라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꿩 대신 닭이라고 랭킹이 한참 낮은 호주라도 꺾고 아시안컵 우승 포인트라도 따려는 계획입니다.
그리고 하나 짚고 넘어갈 부분, FIFA 랭킹 100위권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랭킹 100위가 월드컵 다음으로 큰, 아시아에서는 가장 큰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노리는 것 자체가 과욕이지요. 아시안컵은 그렇게 수준 낮은 대회가 아닙니다.
FIFA 랭킹이 처음 발표된 1993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아시안컵은 1996년 대회였습니다. 우승은 사우디아라비아가 했습니다. 당시 아시안컵이 열렸던 1996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랭킹은 37위였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분명 FIFA도 인정한 강호였습니다.
2000년 대회가 열렸던 10월 우승팀 일본의 랭킹은 49위, 2004년 대회가 열렸던 7월 우승팀 일본의 랭킹은 24위였습니다. 일본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것을 보면 FIFA 랭킹의 척도는 정확했습니다.
2007년에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우승 후보로 평가 받지 않았던 이라크가 우승을 차지한 것입니다. 2007년 대회가 열렸던 7월, 이라크의 랭킹은 80위였습니다. 이라크의 80위가 역대 아시안컵 우승팀 중 가장 낮은 FIFA 랭킹이었습니다. 이변이었지요.
그렇지만 앞선 대회였던 2011년, 우승팀 일본의 1월 랭킹은 29위였습니다. 역시 상위 랭커가 강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셈입니다.
살펴봤다시피 아시안컵 역사가 100위권 우승팀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100위권 팀이 우승할 거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랭킹 100위가 우승을 노린다고요? 랭킹 100위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한다면 그 대회를 얼마나 수준 낮은 대회로 보겠습니까. 이것은 '경우'가 아니지요. 그렇기에 호주의 우승 바람은 욕심입니다. 랭킹 100위로 우승할 수 있는 메이저대회는 없습니다.
호주는 조금 더 FIFA 랭킹을 끌어 올린 후, 최소한 두 자릿수 안에라도 들어온 후 다시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 어떻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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