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값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더 이상 이들의 억대 연봉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외국인 선수와 신인 선수를 제외한 10개 구단 1, 2군 전체 선수의 평균 연봉은 1억638만원이었다. 2013년 기록했던 역대 최고 9천517만원을 넘어서 최초로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돌파했다.
선수들의 연봉은 2010년 이후 매년 역대 최고 금액을 경신해왔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늘어나면서 선수들의 연봉도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자신의 몸값에 걸맞은 성적을 올렸을까. '인풋 대비 아웃풋'이 가장 좋았던, 효율성 높은 선수는 누구였을까.
서건창-나성범, '인생 역전' 시작
즐비한 억대 연봉자 속, 서건창(넥센)의 활약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의 지난해 연봉은 9천300만원. 억대 연봉자 136명 중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서건창이 일궈냈다.
서건창은 128경기에서 타율 3할7푼 67타점 135득점 48도루 출루율 4할3푼8리 장타율 5할4푼7리를 기록하면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고 넥센의 정규시즌 2위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200안타를 돌파(201안타),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시즌 후 서건창은 최우수선수(MVP) 등 각종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빼어난 성적에 대한 보상은 확실했다. 서건창은 올 시즌 무려 222.6% 오른 연봉 3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억대 연봉을 넘어 고액 연봉자 대열에 합류한 서건창이 지난해의 맹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민우(NC)는 타율 2할9푼8리 50도루 87득점을 기록하면서 신인왕을 차지했다. 그의 지난해 연봉은 2천600만원. 연봉 대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로 손색이 없다. 박민우의 올해 연봉은 9천500만원으로 상승했다. 팀 내 최고 인상폭(265.4%)이었다.
나성범(NC)을 빼놓을 수 없다. 나성범의 지난해 연봉은 서건창보다도 적은 7천500만원이었다. 나성범은 123경기에서 타율 3할2푼9리 30홈런 14도루 101타점의 맹활약으로 NC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나성범은 입단 2년 만에 30홈런-100타점을 넘어서면서 팀을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나성범 역시 올해 2억2천만원에 계약하면서 류현진(1억8천만원)을 넘어 3년차 역대 최고 연봉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재원(SK)도 고효율 선수로 빛을 봤다. 이재원의 연봉은 2012년 5천400만원, 2013년 5천400만원, 2014년 7천500만원으로 비교적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0경기에서 타율 3할3푼7리 12홈런 83타점 장타율 5할7리를 기록하면서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이재원은 시즌 중반까지 4할대 고타율을 유지하면서 타격왕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의 올해 연봉은 1억7천500만원으로 상승했다.
14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면서 한화 선발진의 중심으로 거듭난 이태양의 지난해 연봉은 3천만원이었다. 7승 10패로, 팀 내 공동 최다승을 올린 이태양은 올해 연봉이 7천500만원으로 올랐다. 팀 내 최고 인상률이다.
양현종(KIA)도 연봉 대비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 1억2천만원을 받았던 양현종은 29경기에서 16승 8패 165탈삼진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 다승 2위와 탈삼진 3위에 올랐다. 양현종은 2010년에 이어 개인 최다 타이기록인 16승을 달성하면서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KIA 투수 중 두자릿수 승리를 올린 선수는 양현종이 유일했다. 연봉 1억2천만원은 지난해 억대 연봉자 136명 중 공동 105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양현종은 활약을 인정받아 1억2천만원에서 올해는 4억원으로 연봉이 껑충 뛰었다.
강민호-송은범, 분발하세요
이들과 비교해 고액 연봉자들 가운데 기대에 한참 못미친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전체 연봉랭킹 2위에 해당하는 10억원을 받았던 강민호(롯데)는 타율 2할2푼9리 16홈런 40타점으로 부진했다. 2013년부터 2년 연속 타율이 2할5푼을 넘지 못했고 최악의 해를 보냈다.
연봉 7억원으로 공동 6위에 올랐던 최정(SK)은 부상으로 신음했다. 최정은 지난해 허벅지와 허리 부상으로 82경기 출장에 그쳤다. 2010년부터 이어온 4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전 기록이 끊겼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해 골든글러브 후보에서도 제외됐다. 비록 지난해는 주춤했지만, FA가 된 최정은 그동안 꾸준히 활약했던 공을 인정받아 4년간 총액 86억원으로 역대 FA 최고 계약을 맺었다. 최정은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면서 올해 부활을 다짐했다.
연봉 3억5천만원의 이승호(NC)는 지난해 1군 경기에 단 한 번도 등판하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에서 2패 4홀드 평균자책점 8.07을 올린 게 전부다. 이승호는 NC 이적 첫 해였던 2013년에도 12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9.64를 기록, 2년 연속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2013시즌 도중 KIA로 트레이드된 송은범은 최근 2년 동안 5승 15패 6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7.33에 그쳤다. 지난해 연봉이었던 3억원을 떠올리면 분명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이번에 FA 자격을 얻어 한화로 이적한 송은범은 자신의 세 번째 팀에서 재기를 노린다.
두산을 떠난 김동주의 지난해 연봉은 6억원. 김동주보다 많은 연봉을 받은 선수는 9명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퓨처스리그 45경기에서 타율 3할6리 3홈런 18타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김동주는 2013년 5월 17일 대전 한화전을 끝으로 1군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연봉 15억원으로 전체 1위인 김태균(한화)의 개인 성적은 딱히 나무랄 데 없었다. 김태균은 타율 3할6푼5리 18홈런 84타점 장타율 5할6푼4리 출루율 4할6푼3리를 기록하면서 출루율 1위, 타격 2위에 올랐다. 그러나 팀 성적이 최하위에 그치면서 아쉬움이 남았다. 일본에 진출했다가 친정팀 한화로 복귀한 2012년부터 연봉 15억원을 받아 꾸준히 '연봉킹'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기대치도 계속 높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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