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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 축구'가 한국의 '상징'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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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 축구에는 부정적 의미가 더 커

[최용재기자] '늪 축구' 열풍이다. 여기저기 '늪 축구'에 대한 말들이 넘치고 있고, '늪 축구'로 인해 즐거워하고 있다.

'늪 축구'란 2015 호주 아시안컵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기 양상을 표현한 말이다. 즉, 한국 축구의 플레이 스타일, 한국 축구의 색깔, 한국 축구의 정체성 등을 총괄해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스페인 축구의 '티키타카', 이탈리아 축구의 '카테나치오'처럼 한 단어로 인해 그 팀 전체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그런 표현이다.

'늪 축구'가 탄생한 배경은 한국의 1-0, 3연승이다. 상대가 약하든 강하든, 한국은 상대를 무득점 늪으로 빠뜨리며 1-0으로 승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은 오만, 쿠웨이트, 호주로 이어지는 조별예선 3경기에서 모두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따라서 상대들을 모두 깊은 늪으로 빠뜨려 승리한다는, 많은 골은 넣지 못하지만 지지 않는 한국 대표팀을 대변하고 있다.

한국 축구팬들은 이런 '늪 축구'에 열광하고 있다. 연속적인 1-0 승리를 신기해하면서도 재미를 느끼고 있다. 1-0 승리로 우승까지 가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도 오는 22일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응원 구호를 '우즈벡은 늪으로 우리는 4강으로'로 선정하는 등 '늪 축구' 열풍에 동참했다.

이는 '늪 축구'가 2015 호주 아시안컵에 나선 한국 대표팀의 '상징'과도 같은 말이 되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팬들도 즐거워하고, 협회도 이를 반겼다. '티키타카'나 '카테나치오'와 같이 한국 축구 하면 떠오르는 한 단어가 '늪 축구'가 되기를 바라는 것만 같다. '늪 축구'에 깊숙이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과연 '늪 축구'가 한국 축구대표팀을 상징할 만한 가치가 있는 단어일까. 아니다. 절대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 이는 한국 축구의 미래에 스스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과 같다. '늪 축구'라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비아냥거림이나 쓴웃음을 짓기 위한, 재미가 더 많이 내포되어 있는 말이다. 이런 단어를 한국 축구의 상징으로 쓸 수는 없는 일이다.

'늪 축구'라는 단어에는 이기긴 하지만 좋지 못한 경기력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그리고 많은 골을 넣지 못한다는, 약한 공격력의 의미도 있다. 수비에 치중하고, 많은 골은 필요 없고, 실점하지 않으면 된다는 인식도 들어 있다. 경기 내용이 어떻더라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 역시 이 단어 속에 박혀 있다.

1차전 오만전과 2차전 쿠웨이트전이 끝났을 당시 '늪 축구'는 오직 부정적인 의미로만 사용됐다. 하지만 3차전 호주전이 끝난 후부터 '늪 축구'에 조금씩 긍정적인 의미가 더해졌다. 약체를 상대하면서 답답한 경기력으로 일관하며 늪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을 빗대다가, 호주전 이후엔 강팀도 늪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의미로 변했다.

조금의 긍정적인 의미가 더해지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여전히 부정적인 단어다. 자랑할 만한 상징, 내세울 만한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이런 단어를 한국 대표팀의 상징적인 단어로 쓸 수는 없다. '늪 축구'가 상징이 된다면 공격력이 약하고 수비에 집중하는 팀으로 각인될 수밖에 없다.

특히 월드컵도 아닌 아시아 무대에서, 아시아의 강호를 자부하는 한국이 공격력이 약하고 수비적인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은 보기 드문 일이다. 아시아 축구를 호령해온 한국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지금 한국의 플레이는 그동안 한국과 상대하는 팀들에게서 나온 모습이다. 주로 약팀들이 구사하는 전술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늪 축구'에서 정작 빠져나와야 할 팀은 한국이다. 한국은 더욱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더 많은 골을 넣어야 한다. '늪 축구'에 열광하는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골 결정력을 높이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확실한 것은 1-0, '늪 축구'로 승리하는 것보다 많은 골로 대승을 거두는 것을 한국 축구팬들은 더 원하고 더 즐거워한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 역시 '늪 축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1-0 승리보다 2-1 승리가 낫다. 이제 아시안컵에서도 2-0 승리를 해 봐야 한다. 경기 중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라고 주문한다. 1골을 실점해도 다시 골을 넣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일부러 '늪 축구'를 추구한 것은 아니다. 더 많은 골을 넣으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주축 공격수들의 부상 탓도 컸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의 고전이 예상된 바였다. '늪 축구'는 골 결정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온 상황이었다. 원하던 바가 아니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1골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과정을 통해 골 결정력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아직 한국대표팀의 전력이 정상궤도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이번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는 더 많은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 한국이 많은 득점으로, 최소한 1골 이상을 넣어 '늪 축구'에서 빠져 나왔으면 한다. 그래서 '늪 축구'라는 말이 한국 축구에서 사라지고, 훗날 호주 아시안컵을 돌아볼 때 하나의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조이뉴스24 멜버른(호주)=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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