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지난해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LG 트윈스. 오랜 암흑기를 끝냈다는 것과 함께 LG 팬들을 기쁘게 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우타거포 유망주 최승준(27)이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2006년 포수로 입단해 1루수로 전향한 최승준은 2군에서 조금씩 실력을 키우다 지난해 드디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경기에 출전해 40타석을 소화한 것이 전부였지만 큰 덩치에서 뿜어져나오는 배팅 파워는 그의 가능성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몇 가지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먼저 9월14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좌완 장원삼을 상대로 투런포를 때려낸 장면. 최승준의 데뷔 첫 1군무대 홈런이었다. 이어 9월18일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도 대표팀 에이스 김광현(SK)으로부터 중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드넓은 잠실구장의 가장 먼 코스를 훌쩍 넘기는 대형 홈런이었다.
장원삼을 상대로 때려낸 최승준의 데뷔 첫 홈런은 양상문 감독을 덕아웃 밖으로 불러내기도 했다. 양 감독은 시즌 중 사령탑에 취임하면서 5할 승률을 회복하기 전까지 홈런을 친 타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겠다고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당시는 아직 5할 승률을 이루지 못한 시점이었는데, 양 감독이 스스로의 공약을 깰 정도로 최승준의 이 홈런은 기쁨을 안긴 것이었다.
최승준은 지난 시즌을 돌아보며 "똑같이 야구를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니 이렇게 쉬웠는데 그동안은 계속된 실패로 야구를 어렵게만 생각했던 것 같다"며 "스스로 급해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이제 그런 불안함은 떨쳐낸 것 같다. 솔직히 야구할 맛이 났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값진 경험도 쌓았다. 9월 확대엔트리를 통해 본격적으로 1군 무대를 밟은 최승준은 홈런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승준은 "경기에 안나가고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됐다"며 "운이 좋은 것 같기도 하다. (김)광삼이 형도 '난 한 번도 못나가봤는데 넌 복이 많은 것'이라고 말해주셨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광삼은 2002년에는 군입대로, 2013년과 지난해는 수술 및 재활로 포스트시즌을 경험할 기회를 놓친 불운을 겪었다.
그렇다고 100퍼센트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최승준은 "아직 부족한 면이 너무 많다"며 "내가 노리는 공만 쳐야 되는데 비슷한 공에 전부 방망이가 나갔다. 그러다보니 볼 카운트가 불리해지면서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많았다. 예전보다는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고 반성했다.
8년 간의 무명생활을 끝내고 이제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최승준이다. 2군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던 시절이 힘들지는 않았을까. 최승준은 "힘들었지만 선배님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견딜 수 있었다"며 "최동수 코치님도 항상 '나도 늦게 성공했다'며 격려해주셨다. 공익근무 입대 전에는 2군에서도 경기에 많이 못 나갔는데, 코치님들이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실력이 늘었다"고 선배, 코치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LG는 16일부터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아직 참가자 명단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최승준은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 최승준은 "방망이에 중점을 두고 훈련할 계획"이라며 "실투를 놓치지 않는 것과 약점을 극복하는 것이 캠프에서 중점을 둘 사항이다. 약점이 무엇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최승준의 포지션인 1루에는 정성훈이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다. 최승준이 주전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최승준은 "넘어야 하는 것은 맞는데, 내가 작년에 한두 달 조금 보여준 것 가지고 지금 주전을 말하긴 이르다"며 "현실적으로 우타 대타 요원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고, 형들이 쉴 때마다 선발로 나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인 목표도 설정했다. 이번에도 현실적인 목표다. 타율과 홈런이 아닌 타석 수. 최승준은 "작년에 100타석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는데 이루지 못했다"며 "올해는 100타석을 채우고 싶다. 그렇게 나가다보면 홈런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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