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저문다. 올해 프로야구는 그 어느 때보다 무수한 화제를 뿌리며 야구팬들의 눈과 귀를 잡아 끌었다. 심판들의 오심 행진 속에 합의판정 제도가 처음 도입됐고, 구단이 선수를 사찰하는 초유의 사태도 불거졌다. 삼성은 통합 4연패 위업을 이뤘고, '뉴스 메이커' 김성근 감독은 한화 사령탑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논란과 이슈가 끊이지 않은 2014년 프로야구, 조이뉴스24가 10가지 주요 이슈를 되돌아봤다.
◆오심 퍼레이드, 사상 첫 합의판정 시행
시즌 초 오심행진이 이어졌다. 명백히 보이는 세이프가 아웃 판정을 받았고, 아웃은 세이프로 바뀌었다. 생생하게 재현되는 TV 중계 리플레이 화면 속 오심이 논란이 되자 KBO(한국야구위원회)는 결국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비디오판독을 통한 심판 합의판정을 도입해 오심논란 방지에 나섰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꼭 필요할 때만 합의판정을 요청하는 신중함이 요구되자 감독들의 어필 횟수는 대폭 줄어들었다. 심판 판정을 놓고 감독 및 코치와 심판이 싸우는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 '합의판정 요청 타이밍'이라는 감독들의 고민이 생긴 반면 심판들은 자연스런 판정번복이 가능해졌다. 총 115회 합의판정 요청 가운데 47회 판정이 번복돼 40.8%의 번복률을 기록했다. 감독이나 심판 모두 만족할 만한 수치였다.
◆김기태 LG 감독, 시즌초 자진사퇴 파동
시즌 첫 달만에 감독이 옷을 벗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4월23일 김기태 당시 LG 감독은 대구 원정 도중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구단과 선수들이 만류했지만 그의 뜻은 확고했다. 모두가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김 감독은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고, LG는 4월부터 감독 대행체제로 시즌을 치렀다. 개막 한 달이 채 안 된 시점에서 구단의 해임이 아닌 감독 자진 사퇴는 프로야구 역사상 사실상 처음이었다. 충격의 여파가 무척 컸다. LG는 다행히 양상문 신임 감독을 임명한 뒤 승승장구,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김기태 감독은 시즌 뒤 역시 선동열 감독이 자진사퇴한 KIA 타이거즈의 새 수장으로 야구계에 복귀했다.
◆서건창, 200안타 새 역사 쓰다
신고선수 출신 서건창(넥센)에게 2014년은 절대 잊을 수 없는 해다. 시즌 201안타로 KBO 사상 첫 200안타를 돌파하며 야구사의 새 장을 쓴 데다 정규시즌 MVP까지 수상했다. 올 시즌 타격왕(0.370) 득점왕(135득점) 최다안타왕(201안타)을 휩쓴 그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1번타자로 단숨에 등극했다. 덕분에 골든글러브 및 각종 연말 시상식의 큰 상을 휩쓸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서건창은 올해 9천300만원에서 무려 222.6% 오른 3억원에 다음 시즌 연봉계약을 마쳤다. 한파가 기승을 부리지만 서건창에겐 무척 따뜻한 겨울이다.
◆LG·두산, 12년만에 바뀐 명암
잠실라이벌 두 팀의 위치가 12년만에 바뀌었다. 지난 2002년 LG가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해 두산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두산의 부흥기가 시작된 반면 LG는 끝모를 암흑기에 시달렸다. 지난해 두 팀이 가을무대에 동반진출하며 분위가 조금 달라지더니 올해에는 LG와 두산의 희비가 완전히 엇갈렸다. LG가 4위로 정규시즌을 마치고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한 반면 두산은 6위로 쓸쓸히 시즌을 마감했다. 올해의 실패에 충격을 받은 두산은 김태형 신임 감독을 임명하고, FA 최대어로 꼽힌 좌완 장원준을 영입하는 등 내년 시즌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5개팀 감독 대거 교체 '칼바람'
한국시리즈가 끝나자마자 성적을 내지 못한 감독들의 수난이 이어졌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5∼9위 5개팀 감독이 모두 바뀌는 '잔혹극'이 벌어졌다. 시즌 초 감독이 바뀐 LG를 포함하면 올해 모두 6개팀 사령탑이 새 인물로 교체됐다. 특히 송일수 두산 감독은 3년 계약의 첫 해만 지휘봉을 휘두르고 해임됐고, SK는 이만수 감독 대신 김용희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 유임이 결정됐던 선동열 KIA 감독은 팬들의 압박에 자진사퇴해야 했고,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김응용 한화 감독 또한 옷을 벗었다. CCTV 사찰 등 구단 내부 갈등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롯데 또한 이종운 감독 체제로 일신했다. 야구선수들의 마지막 꿈은 프로야구 감독이다. 하지만 야구 감독은 당장 1년 뒤를 알 수 없는 파리 목숨이란 점을 재확인한 2014년이었다.
◆'왕조' 삼성, 통합우승 4연패 신기원
삼성 야구의 전성기는 올해도 계속됐다. 지난해 겨울 '수호신' 오승환(한신)의 일본 진출, 선두타자 배영섭의 군입대로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를 비웃듯 삼성은 올 시즌에도 독주를 거듭했다. 그 결과 4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이라는 신기원을 이뤄냈다. 밴덴헐크·윤성환·장원삼의 '선발 빅3'는 여전했고, 안지만과 돌아온 임창용을 축으로 한 구원진도 건재했다. 박한이·채태인·최형우·박석민의 중심타선은 무섭게 폭발했다. 여기에 이승엽의 부활은 화룡점정이었다. 올 시즌 32홈런을 친 이승엽은 역대 최다인 9번째 골든글러브 수상이란 신기록도 세웠다. 전력에 큰 누수가 없는 삼성은 내년에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3할타자 36명, 타고투저 극심
타자들은 신났고, 투수들은 기가 죽었다. 역대 유례가 없는 타고투저 현상으로 투타의 균형이 크게 무너진 한 해였다. 3할타자가 무려 36명이나 배출된 반면 평균자책점 2점대 투수는 전무했다. 3점대 투수도 6명에 불과했고, 이 가운데 김광현(SK)을 제외한 5명이 외국인 투수들이었다. 우승팀 삼성은 팀타율 3할1리로 역대 2번째 3할 팀타율 기록을 세웠다. 평균자책점 3점대 팀은 하나도 없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외국인 타자들의 가세로 각팀 중심타선이 묵직해진 점, 구단수 증가로 투수층이 엷어진 점이 우선 꼽힌다. 여기에 통일되지 않은 공인구의 반발지수에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KBO는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FA 돈잔치, 몸값 '100억 시대'
시즌이 끝나고 스토브리그가 시작되자 '돈잔치'가 열렸다. 모두 19명의 FA가 시장에 나와 3명의 80억원대 몸값 선수를 배출했다. 최정(SK, 4년 86억원), 윤성환(삼성, 4년 80억원), 장원준(두산, 4년 84억원)은 모두 기존 최고몸값 기록을 갈아치웠다. 안지만(삼성, 4년 65억원), 박용택(LG, 4년 50억원)도 'FA 대박 행렬'에 합류했다. 올해 FA 시장에서 오간 돈은 모두 600억원에 달한다. 총액 100억원을 넘기는 선수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게 한결같은 전망이다. 일각에선 공식발표와 달리 실제 100억원을 받은 선수가 이미 있다는 설도 파다하다. 위기의식을 느낀 야구계에서는 FA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당분간 FA 몸값의 고공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롯데 CCTV 사찰 파문
프로 원년 멤버 롯데 구단의 33년 역사상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구단이 선수단 원정숙소에서 CCTV를 이용해 선수들의 동향을 체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큰 논란이 됐다. 이 사태는 '인권 논란'으로 번지며 정치권에서 문제제기가 이어졌고, 국가인권위의 조사가 뒤따르는 등 엄청난 파장이 일었다. 결국 최하진 사장, 배재후 단장이 동반사퇴하는 등 구단 수뇌부 교체로 일단락됐다. 이미 김시진 감독이 물러나고 이종운 신임 감독이 임명된 뒤여서 롯데는 구단의 3대 축인 사장·단장·감독이 한꺼번에 바뀌는 소동을 겪었다. 이창원 신임 사장은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돌아온 김성근, 프로야구 태풍의 눈
이른바 '야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이 현장으로 돌아왔다. 시즌 뒤 김응용 감독의 뒤를 이어 한화의 새 사령탑 자리를 꿰찼다. 당초 한화 구단은 내부 승진을 염두에 뒀으나 팬들의 적극적인 '김성근 영입' 요구에 결국 김성근 감독이 선택됐다. '강훈련의 대명사' 김 감독은 임명되자마자 일본 마무리훈련에서 휴식일 없는 강훈으로 선수들 다잡기에 나섰다. 비활동기간인 12월에도 전지훈련을 강행할 뜻을 내비치자 선수협이 결사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등 김 감독은 복귀 초부터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약팀을 강팀으로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김 감독이지만 현장 사령탑을 맡는 동안 여러 논란도 끊이지 않아 벌써부터 한화는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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