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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경남, K리그 근간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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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주는 낙하산 인사 폐해 모른 척, 최종 선택에 주목

[이성필기자] K리그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된 경남FC, 그 후폭풍이 상당하다. 팀 해체가 거론될 정도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경남 구단주인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8일 간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프로는 결과가 나쁘면 모든 것이 나쁜 것이다"라며 강등이라는 결과에 대해 냉혹하게 평가한 뒤 "특별 감사를 해 경우에 따라 팀 해체 여부를 결정하겠다"라며 강한 어조로 구단의 존폐를 언급했다.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의심스러운 사람은 기용하지 않고 한 번 쓴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다)'라는 구절까지 인용해 안종복 사장 등 경남 프런트에 대해 믿음을 줬지만 믿음을 저버렸다며 노기를 감추지 않았다. 사장, 단장, 감독, 코치 등은 모두 사표를 제출하라고 덧붙였다.

홍 구단주는 지난해 1월 '스포츠 전문경영인'을 경남 사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적합한 인물로 안종복 사장을 낙점해 선임했다. 선임 이사회에서도 "경남이 그 동안 재정 등 많은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 안정되고 승승장구하길 희망한다"라며 자신의 선택이 성공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2년간의 구단 운영 결과가 실망스러운 강등이라는 결과로 나타나자 경영진을 질책하고 책임을 물었다. 자신이 직접 선임한 경영진이라는 점에서 구단주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이에 대해서는 모른 척했다.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 속에 안 사장이 재임한 시기에 숱한 문제들이 불거져 나왔음에도 그 어떤 조치도 없었다. 홍 지사는 그라운드에 내려가 선수를 격려하는 등 구단주로서 대외적인 권위는 보여줬으나 막상 강등이 되자 프로축구단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남도청 문화관광체육국 관계자는 조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특별 감사에서 해체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일단은 그동안 구단이 왜 이렇게 됐는지 확인하고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도 "엄중한 조치가 내려지는 상황은 피하지 못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경남은 4만여 도민이 주주가 되어 탄생한 구단이다. 조광래 감독을 국가대표 감독으로 배출한 구단이고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내왔다. 공교롭게도 홍 구단주와 안 사장 체제에서 경남의 성적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운명이 됐다. 팀 해체라는 중대한 결정을 하려면 먼저 도민의 뜻이 어떤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현 상황은 단순히 강등이 됐다는 이유로 해체 가능성을 열어버린 구단주 개인의 의지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는 모양새다.

축구계는 이런 경남의 행보를 우려하고 있다. A시도민구단 고위 관계자는 "시도민구단은 지자체에서 예산을 일부 지원 받는다는 이유로 산하기관처럼 다뤄지고 있다. 구단 독자 메뉴얼도 이미 지자체의 형식에 다 맞춰져 있다"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을 걱정했다.

B시도민구단 관계자는 "경남이 정말로 해체 절차에 돌입한다면 K리그가 야심차게 도입한 승강제는 무너질 수 있다. 그동안 다른 구단들은 구단주에게 승강제의 개념을 설명하는 등 이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반면 경남은 구단주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안 사장의 역할이 미흡했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남이 해체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구단 경영진의 뼈를 깎는 자기 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 동시에 대한태권도협회장까지 지냈던 홍 구단주의 스포츠단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 "스포츠 산업이 우리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도록 하겠다"라며 스포츠 육성에 남다른 관심을 표명했다. 강등이라는 위기를 맞은 경남이 이를 새로운 성장의 지렛대로 삼을지, K리그의 근간을 흔드는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지 기로에 놓이게 됐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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