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인천 전자랜드의 에이스 정영삼이 책임감을 가득 안고 코트에 나서고 있다. 팔꿈치 인대를 다쳐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팀을 위해 올 시즌을 그대로 소화하기로 했다.
정영삼은 지난 12일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1쿼터 도중 팔꿈치 부상을 당했다. 경기 후 찾은 병원에서는 팔꿈치 내측 인대가 파열됐다는 진단과 함께 수술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정영삼은 수술을 시즌 종료 후로 미루기로 했다.
에이스이자 팀 내 최고 연봉자로서의 책임감이 정영삼을 코트 위에 서게 한 것이다. SK전 패배로 팀이 9연패에 빠지게 된 상황에서 수술을 받고 팀 전력에서 이탈할 수는 없었다. 정영삼은 아내에게도 부상 사실을 숨기고 조용히 경기를 치르려 했다.
정영삼의 부상 사실을 바깥에 알린 것은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이었다. 유 감독 역시 정영삼의 의도를 모를 리 없었다. 팀을 위해 뛰어준다는 것이 고맙기만 했다. 그러나 정영삼의 투혼이 팀 전체에게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 그의 부상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유 감독은 "정영삼이 부상을 입고도 책임감을 갖고 뛰는 것이 다른 선수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전자랜드의 최대 강점은 선수단이 하나로 똘똘 뭉치는 조직력. 정영삼의 부상 사실을 알려 조직력을 더욱 튼튼히 하려던 사령탑의 의도였다.
다행히 전자랜드는 14일 부산 KT전에서 91-69 승리하며 지긋지긋한 연패에서 벗어났다. 이어 16일 서울 삼성전에서도 86-65로 승리, 2연승을 달렸다. 정영삼은 KT전 4득점 3어시스트, 삼성전 7득점 3어시스트로 기록상 큰 활약은 펼치지 못했지만 코트에 나서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동료들의 뒤를 받쳤다.
정영삼은 수술을 미루기로 한 결정에 대해 "팀의 중고참이고, 최고 연봉자이기도 하니까 그런 책임감이 좀 컸던 것 같다"며 "여러가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직 두 다리가 멀쩡하니까 개인적으로는 손해를 좀 보겠지만 팀이 이길 수 있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영삼은 "워낙 자주 다쳐서 유리몸이라는 말도 있는 것 같더라"며 "농구 선수는 보통 발목이나 무릎을 다치는 경우가 많다. 야구 선수도 아닌데 왼쪽 어깨, 팔꿈치를 다쳤다. 아내가 걱정을 많이 해서 시즌 끝나고 조용히 수술하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말씀하셔서 아내를 달래주느라 혼났다"고 말했다.
이제 전자랜드는 9연패에서 벗어난 뒤 2연승을 달리며 중위권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순위도 최하위에서 공동 6위(5승10패)까지 뛰어올랐다.
정영삼은 "2연승이 KT, 삼성 등 하위권 팀끼리 만나 만든 것이기 때문에 위기는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다"며 "2연승보다는 뭘 잘못해서 9연패를 했었는 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9연패를 거울삼아 전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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